브랜드는 하루에도 몇천개씩 생겨났다 사라진다. 분명한 것은 그 가운데에도 에비앙, 코카콜라, 루이뷔통 등 우리의 마음을 공략하는 데 성공한 브랜드가 존재한다는 것. 이들의 힘은 브랜드 스토리에 있다. 조선비즈는 매력적인 이야기가 돈과 직결되는 ‘스토리셀링’ 시대를 맞아 중국의 저명한 마케터 가오펑이 쓴 책 ‘이야기 자본의 힘’의 핵심 컨텐츠를 발췌해서 스토리셀링 성공 기업 사례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금보다 인기 없는 '비싸기만 한' 다이아몬드가 전세계 결혼식의 필수품이 된 비결
'오스카의 여인' 조안 크로포드가 원했던 건 '영원한 아름다움'이 아닌 '영원한 사랑'

다이아몬드는 단순한 보석에서 벗어나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징표가 됐다.

다이아몬드는 사실상 흑연과 분자 구성에서 다를 바 없는, 그저 희소성 높은 광물일 뿐이다. 하지만 한 다이아몬드 사업가의 이야기가 널리 퍼지면서 다이아몬드가 영원한 사랑의 상징이 되었고, 이로써 다이아몬드의 가치가 더욱 커졌다. ‘그가 당신을 영원히 사랑한다면, 그는 다이아몬드를 선물할 것이다.’

◆ 반짝이는 돌멩이가 ‘영원한 사랑’의 징표가 된 이유

세상 모든 여성들은 이 말에 매혹되었다. 다이아몬드가 사치품에서 필수적인 보석으로 빠르게 변모할 수 있던 이유는 여성이 언제나 사랑을 필요로 하고, 사랑은 삶에서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공식이 계속되는 한 다이아몬드 사업가의 돈줄은 마르지 않을 것이다.

드비어스(DE BEERS)의 슬로건인 ‘영원한 사랑’은 이 브랜드가 가진 이야기 자본의 핵심이 되었다. 모든 것이 변해도 다이아몬드는 변하지 않는다면서,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The diamond is forever).’라고 말한다.

드비어스의 다이아몬드 제품

다이아몬드는 ‘금강석’이란 광물질로 2800년 전 인도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당시 사람들은 다이아몬드의 단단함에 놀라워하며 하늘에서 내린 선물이라 생각해 악귀와 재난을 막는 데 사용했다. 그리고 중세 시대에는 지위와 권력을 상징하여 황실의 귀족이나 성직자만 지닐 수 있었다.

1869년, 남아프리카의 한 농장에서 원주민 소년이 눈부시고 큰 다이아몬드를 발견하면서부터 한바탕 다이아몬드 캐기 열풍이 불었다. 계속해서 다이아몬드가 발견되었고, 순식간에 다이아몬드는 귀부인들 사이에 부를 과시하는 값비싼 장신구가 되었다. 한 영국인이 1859년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세운 드비어스 광산 회사는 세계에서 제일 큰 다이아몬드 원석 공급 업체가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전 세계 80% 이상의 다이아몬드 원석 채굴과 판매를 독점했다.

경제적 성장과 함께 서구 사회는 순식간에 화려함을 추구했고, 다이아몬드의 판매량도 안정적으로 상승했다. 당시 미국의 후버(Herbert Hoover) 대통령 역시 환희에 넘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빈곤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제 빈민굴은 미국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 1929년 뉴욕 증시 폭락과 함께 파산 위기에 몰린 드비어스

그러나 드비어스가 결정적인 한방을 준비하고 있을 때 서구 사회에 경제적 암흑기가 찾아왔다. 1929년 10월 24일, 뉴욕 증시가 폭락한 것이다. 하룻밤 사이에 열 한 명의 은행가가 자살했다. 경제 수준은 순식간에 16년 이상 퇴보했으며, 사람들의 통장 잔고는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어니스트 오펜하이머 드비어스 회장

드비어스도 대공황의 재난을 피하지 못했다.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에서 드비어스의 회장인 어니스트 오펜하이머(Ernest Oppen-Himer)는 상품의 90%를 처분하기로 결정하고, 다이아몬드 무역회사 설립에 착수함과 동시에 다이아몬드 브랜드를 재정비했다. 새롭게 단장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다이아몬드 구매 욕구를 자극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당시 드비어스는 샤넬(Chanel)과 ‘패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새 다이아몬드 상품을 개발하고, 정교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의 주얼리를 대량으로 출시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는 고가인 데다 시장이 매우 좁았다. 게다가 경제 대공황 상태에서 부의 과시는 더 이상 눈길을 끌지 못했다. 결국 ‘패션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났다. 드비어스 임원진의 의견도 제각각이었다. 심지어 일부는 다이아몬드 시대가 이미 한물 지났으니 사업을 접고, 지금이라도 수요가 어느 정도 있는 골드 주얼리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오펜하이머 회장은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결정을 미루기 위해 일단 쌓여 있는 다이아몬드 주얼리를 처분하기로 했다. 이에 그의 아들 해리 오펜하이머(Harry Oppen-Himer)는 할리우드와 손을 잡고 드비어스의 주얼리 제품을 아카데미 시상식에 협찬하기로 했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화려한 시상식에 협찬하여 쌓여 있는 재고를 줄이겠다는 것은 매우 기발한 생각이었다. 해리의 또 다른 속셈은 그 광고 효과로 대중에게 다이아몬드 주얼리를 각인시켜 인지도를 높이고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 여배우의 푸념에서 ‘영원한 사랑’이라는 세계적인 카피를 찾다

194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배우는 영화 ‘밀드레드 피어스(Mildred Pierce)’의 조안 크로포드(Joan Crawford)라는 미녀 배우였다. 해리는 고심해서 고른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오스카의 여인 조안 크로포드에게 전달했다. 이 매력적인 배우는 24캐럿 다이아몬드가 박힌 목걸이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그녀는 감탄하며 말했다.

오스카 상을 거머쥔 여배우 조안 크로포드

"정말 아름다워요! 무엇으로 만든 거죠?" 해리가 대답했다.
"우리 회사의 24캐럿 다이아몬드 목걸이입니다." 조안이 다시 물었다.
"이 보석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해리는 웃으며 대답했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다이아몬드처럼 영원할 것입니다."

해리는 조안이 자신의 설명을 듣고 기뻐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스카의 여인은 침울해하며 말했다. “다이아몬드같이 영원한 사랑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실 조안 크로포드는 불행한 여인이었다. 그녀는 열여섯 살에 이미 아버지가 세 명이 있었다. 게다가 그녀의 결혼생활도 평탄치 않았다. 더글라스 페어뱅크스 주니어(Duglas Fairbanks Jr.), 프랑수아 톤(Francoise Tone)과 차례로 이혼했다. 그녀는 끊임없이 영원한 사랑을 갈망했지만 그것은 얻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래서 ‘다이아몬드처럼 변치 않는 사랑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말한 것이었다. 해리는 눈부신 스타가 무심코 드러낸 감정에서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찾아냈다. 바로 ‘영원한 사랑’이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는 드비어스의 광고 캠페인

드비어스는 이런 배경 속에서 바로 ‘영원한 사랑’이라는 세계적인 카피를 찾아냈다. 다이아몬드는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 중 하나다. 어떤 것으로도 쪼갤 수 없으며, 화학적으로 안정적인 성질로서 어떤 반응도 일으키지 않아 시간이 흐른다고 변질되지 않는다.

이상적인 사랑은 또 어떤 형태인가? 사랑 또한 어떤 것으로도 깨지지 않아야 한다. 사랑은 시간이 흐른다고 변하거나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여기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다이아몬드와 사랑은 영원의 상징이라는 점이다.

◆ 1조원이 넘는 중국의 다이아몬드 시장의 선두주자가 되다

드비어스는 ‘영원한 사랑’이란 가치를 주기 때문에 전세계 웨딩의 필수품이 됐다.

드비어스는 전 세계 34개국에 21개의 언어로 사람들에게 영원한 사랑에 대해 얘기했고, 사람들에게 이것이 크게 각인되면서 결혼 문화도 바뀌었다.

다이아몬드 시장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다이아몬드가 사랑의 증표로 교환될 때는 더욱 그렇다.

1993년 드비어스는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라는 유명한 광고 문구를 가지고 중국에 진출했다. 현재 중국의 매년 결혼 비용은 4000억 위안(한화 약 68조 원)에 달한다. 21세기인 지금도 드비어스는 여전히 다이아몬드 사업계의 선두 주자다. 중국의 다이아몬드 소비 매출은 이미 60억 위안(한화 약 1조 253억 원)을 넘어섰다. 드비어스는 광고 문구 한 마디로 거대한 소비 시장과 엄청난 부를 거머쥐게 되었다. 영원한 사랑 이야기가 지금의 드비어스를 만든 것이다.

이야기 자본의 힘
가오펑 지음 |전왕록 옮김 |모노폴리언|284쪽|1만4000원

“소비자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이 시대에 고유한 이야기 자본이 없다는 것은 불행할 뿐만 아니라, 위험한 일이다.”

이 책은 스토리의 모든 것을 다룬 책이다. ‘하수는 광고로 설득하지만, 고수는 이야기로 매혹한다’는 사실에 천착해 대표적인 글로벌 스토리의 생성, 전파의 비법과 유무형 효과를 분석했다. 원제가 ‘The Power of storyselling’인 것은 스토리가 단순히 인구에 회자되는 텔링(telling)이 아니라 상품이 팔리는 결정적 이유가 되는 셀링(selling) 포인트라서 그렇다. 코카콜라, 루이비통, 리바이스, 바비 등 세계적인 기업이나 상품과 거기에 얽힌 스토리들이 분석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