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렇게 선하기만 할까. 정말 그렇게 반듯하기만 할까. 배우 정헌의 조금은 다른 모습.

카키색 블레이저는 암위.화이트 셔츠는 자라.

다른 남자를 사랑한다는 걸 알면서도 한결같이 묵묵하게 뒷바라지를 마다하지 않는 남자가 있다. 일일드라마 에서 강지유(소이현 분)의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주고 있는 민선호 역의 배우 정헌이다. 다정한 말투와 따뜻한 눈빛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그의 조금은 다른 모습이 궁금했다.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민선호와 정헌은 어떤 점이 닮았나요?

일도 사랑도 열심히 충실하게 한다는 점이 닮았어요. 민선호처럼 저도 한 여자만 진득하게 좋아해요.

연애할 때 어떤 스타일인지 궁금합니다.

뭐든 다 해주고 싶어서 노력하는 편이에요. 처음 교제를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데 한번 만나면 꽤 오래 만나죠.

여자친구가 있느냐고 물어보면 없다고 하겠죠?(웃음)

지금은 진짜 없어요.(웃음) 작년 겨울에 헤어졌으니까 없은 지 1년 가까이 돼가네요.

민선호를 보면서 극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강지유에게 조금 더 강하게 대시하길 바라는 마음도 들더라고요. 실제 정헌 씨였다면 어땠을까요?

저라면 비록 실패하더라도 승부수를 걸었겠죠. 한 번으로는 포기하지 않을 것 같고 적어도 세 번쯤은 고백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도 제가 싫다고 하면 집중할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찾지 않을까요? 민선호는 참 대단해요. 어떻게 보면 판타지적인 인물이에요.

이번 드라마 출연으로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죠?

시청률이 20%를 넘었어요. 선배님들께서 대단한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연기자 생활을 하며 20% 넘는 시청률은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즐기라고 하셨어요.(웃음) 많이 알아봐 주세요. 식당에서 밥을 공짜로 먹어보기도 했네요.

화이트 셔츠는 마틴루이스 청담점. 팔찌와 반지,목걸이는 모두 한나 가로수길.

특히 정헌 씨 부모님께서 매일 저녁 아들을 볼 수 있으니 정말 좋아하셨을 것 같아요.

네, 맞아요. 최고의 효도죠. 방에 있다가 밖으로 나오면 늘 TV에 제가 나오고 있어요. 시간과 상관없이요.(웃음) 안방에서는 어머니가, 거실에서는 아버지가 보고 계시죠.

드라마 종영이 얼마 안 남았는데 감회가 어떤가요.

끝난다고 생각하니 아쉽고 후회스러운 것들이 많아요. 선호라는 인물을 조금 더 자유롭게 입체적으로 연기했으면 어땠을까 싶죠. 민선호는 항상 바른 말을 하고 화도 안 내는 성격이잖아요. 그런데 사실 어떻게 보면 여주인공인 지유와 민선호는 아무 사이도 아니거든요. 짝사랑만 오래 했지 연인이었던 것도 아니고, 안 좋게 보면 이용만 당하는 거죠. 그런 상황이라면 화도 나고 답답하기도 할 텐데 그런 감정을 조금 더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반성이 돼요. 이렇게 부족한 점이 많은 저를 캐스팅해주신 감독님과 작가님께 감사할 따름이에요.

그레이 스트라이프 슈트는 암위. 화이트 셔츠는 마틴루이스 청담점. 팔찌와 반지는 한나 가로수길.

앞으로 남은 방영분에서는 조금 달라진 민선호를 기대할 수 있겠네요.

후반부부터 분량이 많아졌어요. 유만호 회장이 민선호가 자신의 아들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감정의 소용돌이가 크게 몰아칠 것 같아요. 다행히 시청자들은 후반부를 기억하는 경우가 많대요. 만회가 많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지금까지 부드럽고 젠틀했다면 이제는 결이 다른, 예민하거나 날카로운 부분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평일에는 주로 촬영을 하고 일요일에 쉬는 걸로 알고 있는데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요.

헬스장에 가서 못 한 운동을 하는데요. 사실 드라마 중반부터 몸이 많이 무너졌어요. 운동할 시간에 대본을 한 번 더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헬스장을 멀리하고 대본 볼 수 있는 카페를 찾게 됐죠. 그리고 영화를 많이 봐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 극장이거든요. 영화를 보면서 쉬기도 하지만 자극도 받고 영감도 얻죠. 나는 왜 그렇게밖에 못 했을까 반성도 하고요.

지금 연예인 농구팀에서 뛰고 있어요. 어렸을 때 농구선수였다면서요.

네. 고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선수로 뛰었어요. 프로가 되고 싶었는데 부상 때문에 그만두게 됐죠. 그러고 나니 인문계 학교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어떻게 하면 대학에 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실기만 보는 학교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거다 싶어서 학원을 다녔죠. 서울예대 연극과에 06학번으로 입학했어요.

네이비 카디건은 자라. 아이보리 팬츠는 암위. 팔찌와 반지는 한나 가로수길.

20살 때 Mnet의 모델 육성 프로그램 로 데뷔했어요. 어떤 계기로 출연하게 된 건가요?

그때는 학교만 들어가면 바로 데뷔하고 잘 풀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술만 마시고 살만 쪄가고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그 때쯤 광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죠. 제가 롤모델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평가단으로 있대요. 그래서 다짜고짜 찾아갔어요. 2천 명 정도가 접수했는데 그중에서 제가 제일 뚱뚱했어요. 몇 개월 동안 10㎏ 가까이 빼면서 계속했죠. 30명이 되고, 10명이 되고, 그러다 마지막 3명까지 남았었어요.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고, 미술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진은 어렸을 때 예쁜 장면이나 환경들을 저장해놓고 싶어 찍었던 거고요. 그림은 좀 달라요. 2년 전에 공백기가 있었을 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잠자는 시간만 빼고 하루 종일 그림만 그린 적도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그려서 화가가 됐어도 즐겁게 살 수 있었겠구나 싶었죠. 나중에 전시도 하고 싶고요. 제가 찍은 사진, 제가 그린 그림, 제가 쓴 에세이를 엮어서 책을 내는 게 소망이에요.

앞으로 어떤 역할을 맡아보고 싶나요?

현실적인 로맨틱 코미디요. 연애할 때는 자신의 치부까지 드러나기 마련이잖아요. 짜증도 내고 토라지기도 하는 현실적인 연애를 그려보고 싶어요. 아니면 독립영화에서 연기한 적 있는 사이코패스도 다시 해보고 싶고요. 그리고 제가 성장 영화를 좋아하는데 긴 호흡으로 한 인물의 감정을 쭉 따라갈 수 있는 역할도 맡아보고 싶어요. 어떤 캐릭터건 잘해내고 싶죠. 작품 안에 잘 녹아들어서 꾸미지 않고 나와도 연기로 빛을 발할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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