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경기도 오산 미 공군기지 상공에 전투기 4대가 편대를 이뤄 나타났다. 선두에 선 우리 공군의 F-15K와 뒤쪽에 있던 미 공군 F-16, 한국 공군 KF-16은 우리나라 상공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전투기였지만, 두 번째에서 비행한 전투기는 국내에 처음 등장한 기종이었다. 영국 공군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사상 첫 한·미·영 전투기의 연합 훈련을 위해 지난 5일 낮 오산기지에 도착했다.
이날 비행은 한·미·영 3국 공군이 지난 4일부터 한반도 상공에서 진행하는 연합 공중 훈련 '무적의 방패(Invincible Shield)'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7일까지는 훈련 브리핑과 지형 숙지 등이 진행됐고, 이날부터 10일까지 본격적인 훈련이 실시된다. 타이푼 전투기 4대는 앞서 지난달 11∼20일 말레이시아에서,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3일까지는 일본에서 각각 주변국과 연합 훈련을 실시했다. 영국 전투기들이 아시아 지역에 날아와 연합 훈련을 한 것은 6·25 전쟁 후 처음이다. 우리 공군이 미국 이외 국가의 전투기와 국내에서 공중 전투 기동 훈련을 한 것도 처음이다.
특히 이번 훈련은 미·영 공군이 한반도 상공에서 처음으로 연합 훈련을 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미·영 공군은 1991년 걸프전을 비롯해 이라크·리비아 공습, IS(이슬람국가) 공습 등 여러 전장(戰場)에서 공동 작전을 펼쳤다. 이 때문에 최근 미국 안팎에서 북한 핵시설에 대한 선제 타격(예방 타격)론이 나오는 것과 맞물려 이번 훈련이 예사롭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영국은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 소속으로 병력과 장비를 지원할 국가로 꼽힌다. 영국 공군 측은 공식적으로는 이번 훈련이 북한의 도발과는 직접적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이번 훈련이 영국을 끌어들여 중국을 함께 견제하려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공군은 이날 "이번 훈련에서 영국 타이푼은 적의 공중 공격에 대응하는 방어 능력을 제공하고, 한·미 공군은 적의 주요 표적을 공격하는 항공 차단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연습을 집중적으로 실시했다"고 말했다.
스티븐 힐리어 영국 공군 참모총장(대장)은 이날 경기도 오산 비행장 활주로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훈련을 통해 한국과 영국 왕립 공군 간의 관계가 발전할 것이며 우호 및 협력을 증진하는 양국 공군의 모습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원인철 공군작전사령관(중장)도 "한·미·영 공군의 연합 훈련은 한·미·영 공군의 연합항공작전 능력 향상은 물론 영국 공군과의 군사협력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영국 타이푼 전투기는 최고 속도가 마하 2이며 사거리가 500㎞에 달하는 타우러스 공대지(空對地) 미사일을 비롯, 각종 미사일·폭탄 등 6.5t의 무장을 장착할 수 있다. 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4개국이 공동으로 개발해 이 국가들의 주력 전투기로 활약 중이다.
한편 한·미 양국군은 이날 남한강과 강원 홍천 일대에서 유사시 헬기를 이용해 북한 내륙 깊숙한 곳에 특수부대 병력을 침투시키는 공중 강습 훈련을 실시했다. 공중 강습 작전은 유사시 항공기로 적 후방 지역에 특수부대를 포함한 지상 병력을 침투시키는 것이다. 이날 훈련에는 주한 미 2항공여단의 UH-60과 CH-47 등 헬기 6대, 우리 육군 항공작전사령부의 UH-60 10대, AH-1S '코브라' 공격헬기 4대, 30사단 강습대대 장병 250여 명이 참가했다. 최근 군 당국은 '핵 폭주'하는 김정은 등 북한 수뇌부를 특수 부대를 동원해 제거하는 이른바 '참수작전' 전략을 발전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