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나 차 같은 음료 대신 공간과 시간을 파는 서울 구로구의 안티 카페(Anti café) ‘커피큐브’.

카페에서 대기업 입사 시험 공부를 하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 진모(26)씨는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를 단골로 정했다. 이 카페는 커피 한 잔만 시켜놓고 온종일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도 눈치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카페 안에서 시끄럽게 대화를 주고받는 사람도 없다. 대부분 취업준비생인 손님들은 다른 사람들의 공부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화장실을 갈 때 발뒤꿈치를 들고 조심스럽게 걷는다. 진씨는 "독서실은 분위기가 딱딱해 편하게 공부하기 어렵다"며 "여기는 카페인데도 커피 마시는 사람보다 공부하는 사람을 위한 분위기라서 좋다"고 했다.

커피나 차 같은 음료 대신 공간과 시간을 파는 '안티 카페(Anti café)'가 카공족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8월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대학생 56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2.5%가 취업을 준비할 때 가장 선호하는 장소로 '카페'를 꼽을 정도로 취업준비생에게 카페는 인기다. 그러나 대부분 카페는 차 한 잔 시켜놓고 테이블을 차지하는 카공족을 "매상에 도움이 안 된다"며 꺼린다.

안티 카페에서 음료는 선택 사항이다. 시간당 요금을 받기 때문에 음료는 주문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공부할 수 있는 환경도 안티 카페가 훨씬 낫다는 평가다. 서울 강남구의 한 안티 카페는 '아날로그 백색 소음기'를 설치해 두고 있다. 이 카페 관계자는 "주변이 너무 조용하면 가끔 생기는 잡다한 소음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돼 오히려 집중력이 쉽게 흐트러진다"며 "공부하는 손님들을 위해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미약한 소음인 '백색 소음'을 깔아놓는 것"이라고 했다. 대부분 안티 카페들이 대화나 전화 통화를 금지하는 것도 면학(勉學)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서울 구로구의 한 안티 카페 운영자는 "우리 카페 손님 대부분은 자기 계발 하는 직장인들과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다"며 "손님 대부분을 차지하는 카공족들이 원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