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33)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선수로는 역대 처음으로 역도 금메달(75㎏ 이상급)을 목에 걸었다. 당시 시상대 양옆에 선 2~3위 선수들은 장미란의 팔을 들어 올리는 '만세 세리머니'로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같은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던 것으로 드러났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18일 "도핑 재조사 결과, 금지 약물 양성반응이 확인된 베이징올림픽 출전 선수 16명의 메달 및 기록을 박탈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장미란과 경쟁한 동메달리스트 마리야 그라보베츠카야(카자흐스탄)가 포함됐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여자 역도 75㎏ 이상급 시상식 세리머니 장면. 세 선수 중 금메달리스트 장미란(가운데)만 살아남았고 은메달의 올라 코로브카(왼쪽), 동메달의 마리야 그라보베츠카야(오른쪽)는 메달을 박탈당했다.

은메달리스트였던 올라 코로브카(우크라이나)는 이에 앞서 지난달 메달이 박탈됐다. 시상대의 3명 중 자격 있는 선수는 장미란뿐이었던 것이다.

IOC는 지난해부터 도핑 근절을 목표로 베이징과 2012 런던올림픽 당시 채취된 샘플을 대상으로 재조사를 벌이고 있다. 순간적인 힘이 기록을 좌우하는 역도는 약물의 유혹에 취약한 종목이다. IOC가 이번에 발표한 도핑 선수 16명 중 절반이 넘는 9명이 역도 선수였다. 그간 도핑 사례까지 포함하면 베이징올림픽 여자 역도의 경우 7개 체급 전 종목에서 각각 최소 1명 이상의 메달리스트가 도핑에 적발됐다.

한국은 런던올림픽 남자 94㎏급 8위를 했던 김민재(경북개발공사)가 상위권 6명의 도핑 때문에 은메달 승계 가능성이 생긴 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