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의 임명이 지연되면서 각종 경제정책 추진이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정책 실무를 총괄하는 최상목(53) 기획재정부 1차관까지 '최순실 스캔들'에 휘말려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1일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최 차관은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시절이던 작년 10월 미르재단 설립을 추진하는 회의를 청와대에서 나흘 연속 주재했다. 작년 10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에게 "재단 설립을 서두르라"고 하고, 다시 안 수석이 최 차관에게 "300억원 규모로 문화재단을 설립하라"고 지시한 결과다.
최 차관은 10월 21일 전경련 관계자 등을 소집해 재단 설립 작업에 착수하는 첫 회의를 열었다. 23일 셋째 날 회의에서 그는 "아직도 출연금 약정서를 안 낸 그룹이 있느냐. 명단을 달라"고 했고, "롯데도 출연 기업에 포함시키라"고 독촉했다. 특히 24일에는 미르재단의 김형수 이사장, 김성현 사무부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4차 회의를 열었다. 최 차관은 "(직속 상관인) 안 수석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며, 최순실씨가 개입됐다는 것은 당시에는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는 "어떤 기업이 얼마씩 참여할지는 사전에 정해져 있었고, (나는) 실무적인 절차만 처리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4차 회의에 미르재단 사람들이 참석했다는 것도 검찰에서 그렇게 알려줘서 알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최 차관이 국회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위증(僞證)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최 차관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청와대 근무 시절 미르재단 관계자들을 만난 적이 있느냐'는 김현미·김성식 의원의 질의에 "미르재단이 설립된 이후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재단 관계자 두 명이 찾아와 만났다"라고만 답했다.
국회 기획재정위 관계자는 "(최 차관이) 청와대 안에서 미르재단 이사장, 사무부총장과 마무리 회의를 했다는 수사 결과와 최 차관이 국정감사에서 답변한 내용의 차이가 커서 국정감사 당시 위증했다고 볼 수 있는 소지가 충분하다"며 "(고발 등) 조치를 취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직원들은 경제 수장 부재 상태에서 실무를 총괄하는 최 차관까지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경제정책·세제·국제금융 분야를 맡은 최 차관은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수립하고, 세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일을 총괄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최 차관이 '최순실 스캔들'에 연루돼 어수선한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