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이든 하야든 임기 도중에 물러나 조기 대선을 하게 될 경우 새 정부는 이전과는 다른 정부 인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인수위' 없이 취임하나
전임 대통령들은 대선 직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꾸려 이듬해 2월 25일 취임 직전까지 약 두 달간 운영했다. 이 기간에 정부로부터 인수인계를 받고, 새 정부 정책을 준비하고, 조각(組閣)도 준비했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 따라 '당선인' 신분으로 국가원수급 대우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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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기 선거로 된 대통령은 다르다. 공직선거법 14조는 '궐위로 인한 선거에 의한 대통령의 임기는 당선이 결정된 때부터 개시된다'고 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대통령 하야나 탄핵 모두 '대통령직 궐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선관위에서 개표 결과가 확정된 시점부터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학계에선 "인위적으로 인수 기간을 만들어 주기도 적절치 않다"고 한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학)는 "인수 기간을 만들면 기존 체제의 기간이 늘어난다는 의미인데 민심에 부합할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새 정부 조직 취임 후에 가능
새 대통령은 자신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보통 정부 조직을 바꾼다. 그에 따라 장관을 임명하고 각 부처로부터 업무 보고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보궐선거로 취임한 대통령은 취임 전에 이런 일을 할 수가 없다. 외교·안보 분야를 비롯한 각종 국가 기밀에 관한 업무는 '대선 후보'에게는 사전 브리핑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의 경우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고 해양수산부를 분리하는 등 정부 조직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해 본회의 의결까지 마치는 데 52일이 걸렸다. 그나마 인수위 기간을 활용할 수 있었지만 차기 정부는 임기 시작 후에나 법안을 낼 수 있다. 김대중 정부 인수위원장을 지낸 이종찬 전 국정원장은 "정부조직법을 대통령 후보 기간에 청사진을 내놓고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장관 임명 등 조각도 한 달은 걸려
각 부처에 자신의 사람으로 새 장관을 임명하는 것도 취임 후에야 시작할 수 있다. 더구나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거쳐야 해서 거의 한 달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국무총리의 경우 현 정부 초대 총리인 정홍원 전 총리는 지명일 기준으로 18일 만에, 이명박 정부의 한승수 전 총리는 24일 만에 취임했다.
후보자 지명부터 임명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정치권과 학계에선 대선 전에 내각 명단을 미리 짜놓는 '예비 내각(shadow cabinet)'이 필수라고 보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대선 8개월 전부터 인수위를 만들었다"며 "차기 대선 캠프는 선거 조직과 별개로 '통치 준비위' 성격의 체제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면밀한 검증 절차 없이 인선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서 지명을 해도 여러 명이 낙마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지명할 경우 인사청문회에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기존 장관과 청와대 직원이 일해야
새로운 내각이 구성될 때까지는 국무회의를 구성하기 위해 기존 장관들이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 말기 권재진 전 법무장관의 경우 2013년 3월 11일 퇴임하며 같은 날 취임한 황교안 초대 법무장관에게 자리를 이어줬다. 청와대 역시 마찬가지다. 수석비서관급이야 금방 임명할 수 있겠지만 실무를 해야 할 비서관과 행정관 임명에는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 업무를 인수인계 받으려면 비밀인가 취급 허가를 받아야 하고, 신원 조회도 거쳐야 한다. 과거 청와대 관계자는 "정권 초기에는 직원 수백 명을 동시에 조회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한 달은 걸린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인수위 부위원장을 지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차기 정부는 상당 기간은 사실상 인수위원회 형태로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차차기부터 '4월 대선'
이번 대선이 내년 6월 말에 치러질 경우 5년 대통령 임기는 2022년 6월 말이 된다. 그러나 그다음 대통령 선거부터는 6월이 아니라 4월 말쯤 하게 된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치는 경우엔 선거법상 '임기 만료일 전 70일 이후 첫 번째 수요일'에 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2032년 4월엔 총선과 대선이 겹치게 되고 날짜를 조절해서 같은 날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