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분당의 네이버 본사 사옥엔 '그린 팩토리(Green Factory)'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전면을 유리로 마감한 28층 건물 외관은 회사의 상징색인 초록색으로 빛난다. 네이버 사옥은 높은 에너지 효율에 쾌적한 근무 환경을 자랑하는 친환경 건물로도 널리 알려졌다. 사옥 1·2 층 약 1000㎡ 크기의 로비 공간은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네이버 라이브러리)으로 꾸며 외부인에게 개방하고 있다.

◇온라인 정보 바다 속 아날로그 감성

IT·인터넷 포털 기업 네이버는 2010년 그린 팩토리를 신축해 입주했다. 당시 1층 로비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한 끝에 도서관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사람들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지식과 교양을 쌓고, 간접 경험을 한다. 네이버는 온라인을 통한 '정보 플랫폼' 역할을 지향한다. 이런 기업 철학이나 문화가 아날로그적인 도서관과 통하는 부분이 많다고 본 것이다.

네이버 본사 사옥 1층에 있는 도서관의 모습. 네이버 라이브러리는 레드닷, IDEA 등 세계적인 디자인상(賞)을 받았을 만큼 개성 있는 인테리어로도 유명하다.

네이버 라이브러리는 디자인에 특히 강점을 지닌 이 회사 담당 직원들이 공간 구성이나 인테리어에 공을 들여 방문객들이 쾌적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1층에는 디자인 관련 서적 1만7000여권을 비치했다. 건축·일러스트·그래픽·산업디자인·예술 등으로 분야를 나눴다. 국내에서 구하기 어렵거나 값이 비싸 다른 도서관에서 보기 드문 외국의 원서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전공자나 관련 업계 종사자들도 즐겨 찾는다. 지난 23일 이곳을 찾은 이시화(24·명지대 패션디자인과 2년)씨는 "교수님의 추천으로 서울에서 왔다"며 "전공인 패션은 물론 건축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은데, 다양한 외국 전문 서적을 갖추고 있어 흥미롭다"고 말했다.

◇숲길 같은 인테리어 디자인

네이버 라이브러리는 독특한 인테리어 디자인으로도 유명하다. 레드닷(Reddot), IDEA, iF 디자인 어워드 등 세계적인 디자인 분야의 상(賞)을 모두 받는 성과도 거뒀다. 높은 천장에 통유리로 된 외벽은 북 카페를 떠올리게 한다. 기능과 감각을 두루 살린 의자, 책상, 스탠드 등이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서가의 모양이나 배치가 독특하다. 숲길처럼 높은 책장 사이에 골목이 있는 형태이다. "외부와 차단된 미로(迷路) 같은 분위기에서 책에 빠져 있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디자이너들의 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책장 위에는 풍성하게 자라는 화초(스킨답서스)가 싱그러움을 뽐내며 실내의 습도를 조절하고 공기를 정화하는 역할도 한다.

◇전 세계 백과사전 1300권도 눈길

네이버 라이브러리 1층에서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다락방처럼 배치된 백과사전 공간이 나온다. 세계 각국에서 발행된 전문 백과사전 1300권으로 빼곡하다. 지금은 절판됐거나 전질을 보기 어려운 희귀본도 많다. 온라인 백과사전인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제공하는 1000여종의 백과사전 서가도 따로 있다. 인터넷·IT·프로그래밍·DB 등 IT 서적 7000여권도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 라이브러리 반대편 카페 앞에는 '매거진 룸'을 배치해 국내외에서 발간되는 250여종의 잡지 신간을 비치하고 있다. 책장을 낮게 만들어 길거리의 쇼윈도처럼 빠르게 눈으로 훑어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네이버 라이브러리에 들어가려면 신분증이 있어야 한다. 대출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홈페이지(library.navercorp.com)에서 소장 도서 검색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