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가 방배동 국회단지 일대에 조성하기로 한 친환경 전원주택 단지 조감도.

지하철 사당역 3번 출구로 나와 아파트 단지를 끼고 돌면 우면산 중턱에 고물상, 공업용 창고, 자동차 정비소 등 낡은 건축물들이 어지럽게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폐건축 자재들과 버려진 컨테이너 박스 수십 개도 널브러져 있다. 지난 40여년 동안 방치되다시피 하면서 무허가 건물촌으로 전락한 국회단지(방배동 511번지)이다. '국회단지'라는 이름은 1970년대 국회사무처 직원 80여명이 모여 살려고 했다는 데서 유래했다. 하지만 국회사무처 직원들이 토지 소유주들과 매매 협상에 실패하면서 정식 개발을 하지 못했다. 이후 이곳엔 도로·상하수도 등 생활 기반 시설이 없는 상태에서 불법 가건물 등이 들어섰다.

서울 서초구는 이 국회단지 일대 3만2172㎡(108필지)의 개발 지침을 마련했다고 10일 밝혔다. 3∼4년 안으로 친환경 전원주택 200여 가구를 들인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남부에 있는 인구 6만7000명 소도시 로센달(Roosendaal)의 전원주택 마을을 본떴다고 한다. 구청 관계자는 "로센달 마을은 언덕에 들어서 있어 자연 배수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오렌지색 지붕과 회색 벽이 통일감을 준다"면서 "국회단지도 비슷한 콘셉트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초구는 작년 6월부터 단지 내 도로와 땅을 공동 소유하고 있는 200여명을 만나 설득에 나섰고, 최근 개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땅 주인들의 동의를 얻었다. 단지 중심을 지나는 길 양편의 땅 주인들이 토지를 1m씩 기부채납해 길 폭을 8m로 넓히고, 상·하수도 설치 비용도 땅 주인들이 부담하는 조건이다. 구와 주민은 또 저탄소 친환경 건축 자재를 사용하고, 파스텔톤으로 페인트 칠을 한 저층 주택(3층 이하)을 짓는 데 합의했다. 마을 전체엔 벚나무와 단풍나무를 심고, 녹지공간과 산사태에 대비한 자연 배수로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