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는 김구 선생이 '테러리스트'라고 올라와 있습니다. '일본인은 모두 좋지 않다'는 김구 선생의 배타적인 사고에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지난 10일 저녁 경기 파주시 출판단지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열린 베스트(BeST·베이징대+서울대+도쿄대) 독서 토론회. 도쿄대 학생 바바 유스케(馬場悠介·23)씨가 김구 선생이 쓴 '백범일지'를 읽은 솔직한 소감을 털어놓자 일순 장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행사는 역사 문제로 반목해온 한·중·일 대학생들이 갈등의 뿌리를 들여다보고, 이를 극복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와 중국 베이징(北京)대 위안페이(元培) 칼리지, 일본 도쿄(東京)대 교양학부 등 한·중·일 대학생 36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토론회 전날 파주에 도착해, 각자의 언어로 쓰인 '백범일지'를 읽으며 토론을 준비했다. 행사를 주최한 한경구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장은 "한·중·일 각국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차이를 명확하게 알아야 이해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마련했다"라며 "아름다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 무장투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백범의 생애를 주제로 골랐다"고 말했다.
토론 초반 세 나라 학생들은 마치 사상의 국경을 확인하기라도 하려는 듯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일본 학생이 "김구 선생이 쓴 '왜놈' 같은 표현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고 말하면, 중국·한국 학생들이 "외세 침략에 시달리던 당시 시대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답하는 식이었다.
쉽게 좁힐 수 없는 인식 차에도 세 나라 학생들은 성숙한 토론 문화를 보여줬다. 갈등만 키우는 이견(異見)보다는 '공감할 수 있는 접점(接點)'을 찾아나간 것이다. 공감대는 김구 선생이 주장한 평화와 자유, 애국심이었다. 베이징대 류디자(劉迪嘉·19)씨는 "김구 선생은 순수한 애국자"라며 "아름다운 나라를 바라는 '나의 소원'은 미국 흑인 인권운동의 아버지인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연설을 떠올리게 했다"고 했다. 도쿄대 노리마사 에지마(德政江島·23)씨도 "김구 선생의 진정성 있는 애국심에는 어떤 일본인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진행을 맡은 서울대 서유지(24)씨는 "한·중·일의 서로 다른 역사 인식을 터놓고 이야기한 것 자체가 화합을 향해 한 걸음 내디딘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