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현 특파원

중국 마카오(澳門)특별행정구 당국은 마카오에 있는 김정남 가족의 안전과 관련, "힘을 다해 마카오 주민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오문일보(澳門日報) 등 마카오 현지 언론이 16일 보도했다. 암살된 김정남(46)을 비롯해 두번째 부인으로 함께 살았던 이혜경(42·여권명 장길선)과 아들 한솔(23), 딸 솔희(18)는 모두 마카오 시민권자다. 중국 당국이 김정남 가족의 신변 보호를 공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카오 보안 당국은 현지 매체에 "유관(김정남 암살과 관련된)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며 "법에 따라 마카오 주민과 마카오 방문객 등의 신변 안전과 합법적 권익을 힘을 다해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별 사건(김정남 암살)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는 하지 않았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신화오보(新華澳報)는 이날 1면 톱기사로 "암살된 김정남의 처자식이 마카오에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대중보(大衆報)는 "김한솔이 다음 목표물이 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돈다"며 "여론은 김한솔의 신변이 위협받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김정남 거주지로 알려진 시내 아파트의 관리소장 린첸샹(林前响)씨는 "김정남 가족의 거주 여부는 모른다"면서도 "그의 아들딸이 신변 위협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김정남 가족은 마카오에서 중국 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했다.

쓸쓸히 방치된 ‘김정남 생모’ 성혜림의 묘 - 김정남(왼쪽 사진)이 마카오에 있는 한 호텔 앞에서 찍은 자신의 사진을 ‘김철’이라는 가명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페이스북에 올렸다. 오른쪽 사진은 모스크바 서쪽 트로예쿠롭스코예 공동묘지에 있는 김정남 생모 성혜림(1937~2002)의 묘.

[북한 김정남은 누구?]

마카오에서 김정남과 오래 교류한 A씨는 이날 "한류(韓流) 팬인 김정남은 '서울에 가보고 싶다'는 뜻을 몇 차례 밝혔다"고 했다. 그러나 '정말 가보라'고 하면 "에이, 어떻게 가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A씨는 "김정남이 한국 망명 의사를 직접 언급한 적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는 "김정남 여권에 '김철'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는데, 마카오에서 사용한 그의 신용카드상의 이름도 '김철'이었다"고 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김정남과 10년 넘게 친했던 인사의 말을 인용해 "김정남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하다는 것과 이복동생(김정은)이 쫓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며 "그는 자신이 '빌린 시간(borrowed time)'을 사는 것으로 느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집권 후 삶을 '덤으로 주어진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SCMP에 "김정남의 두려움은 2013년 고모부 장성택 처형 이후 더욱 깊어졌으나, 공포에 질리거나 과도하게 몸을 사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마카오 생활을 즐겼다"고 전했다. SCMP는 "김정남이 마카오에서 '존(John)'이라고도 불렸다"고 했다.

오문일보는 이날 김정남을 잘 안다는 사업가 천(陳)모씨의 말을 인용해 "김정남이 마카오에 온 초반에는 경호원을 대동했지만, 최근 몇 년간은 경호원 없이 '단기필마'로 다녔다"며 "친구 모임에 한국 여성을 동반하고 온 적도 두 번 있었다"고 했다.

한편, 마카오는 한때 북한 동남아 무역과 공작의 거점이었으나 지금은 북한 사람을 찾기 어려워졌다. 마카오 대북 소식통은 "2005년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이 북한의 '검은돈'을 중개한 혐의로 미국의 제재를 받은 이후 북한의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라며 "마카오에 있던 북한 무역회사 27곳과 무역일꾼 300여명은 대부분 마카오 인근 주하이(珠海)로 옮겨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