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있는 야생동물 카페. 국내에서는 희귀한 '미국 너구리' 라쿤 6마리를 키우는 곳이다.

입장료 6000원에 음료값 4000원 정도를 추가로 지불하기 때문에 값이 싸진 않지만 카페 안은 손님 50여 명으로 가득 찼다. 손님들은 번갈아 카페 중앙에 설치된 계단식 선반에서 잠을 자는 라쿤들을 쓰다듬고 스마트폰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카페를 찾은 이진희(여·23)씨는 "TV 다큐멘터리나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라쿤을 실제로 보게 돼 신기하다"며 "앞으로 자주 놀러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있는 야생동물 카페에서‘미국 너구리’인 라쿤 두 마리가 기둥을 잡고 선반에 앉아 있다.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라쿤과 사막여우 같은 국내에서 희귀한 야생동물을 체험할 수 있는 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라쿤이나 사막여우, 미어캣 같은 희귀 동물을 체험할 수 있는 야생동물 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애견(愛犬·개)·애묘(愛猫·고양이) 카페 중심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동물 카페가 야생동물로 확장된 것이다.

야생동물 카페는 최근 3년간 서울에서만 10곳이 넘게 생겼고 전국적으로는 20여 곳이 운영 중이다. 개·고양이를 포함한 전체 동물카페는 전국적으로 약 300여 개로 추산된다. 서울에서 라쿤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34)씨는 "손님들이 라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올려서 소문을 내주기 때문에 굳이 광고를 하지 않아도 손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야생동물 카페가 인기를 끄는 까닭은 동물원에서 유리창 너머로나 볼 수 있었던 희귀 동물들을 직접 만지고 먹이를 주는 등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 보호단체 '카라'의 전진경 상임이사는 "요즘 야생동물 카페의 인기 종(種)은 귀여우면서도 성격이 온순한 라쿤과 미어캣 같은 동물들"이라고 말했다.

야생동물을 아예 집에 두고 반려동물로 키우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동호회 카페에 모여 각자 자신이 키우는 동물의 영상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한편, 사료·예방주사 접종 등 각종 정보를 주고받는다. 집에서 키우는 야생동물이 새끼를 낳으면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려 다른 사람에게 분양하기도 한다. 인터넷에서 라쿤은 보통 한 마리당 90만~110만원, 미어캣은 2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라쿤 2마리를 분양받은 진서현(여·35)씨는 "사료와 케이지, 예방접종비까지 합쳐 초기 비용이 300만원 넘게 들었지만, 라쿤의 눈만 바라봐도 '힐링(정신적 치유)'되는 것 같아 전혀 아깝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야생동물에 대한 검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이런 카페에 대한 위생 규정이 없다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야생동물 카페는 식품위생법상 '식품 접객 업소'로 분류돼 있다. 일반음식점과 똑같은 취급을 받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야생동물뿐 아니라 강아지·고양이 등 모든 동물 카페는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면 영업할 수 있다"며 "일반음식점과 같은 수준의 위생 점검만 실시할 뿐 동물 위생과 관련한 추가 조치는 없다"고 말했다.

야생동물을 통해 광견병 같은 전염병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열과 구토·두통 증세를 동반하는 광견병은 흔히 개에게 물려 걸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야생동물을 통해서도 전염된다. 미국에서는 전체 광견병 감염 중 90% 이상이 스컹크와 라쿤, 여우 같은 야생동물에 의한 감염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 이진규(37)씨는 "개와 고양이를 전문으로 하는 수의사는 국내에 많지만 희귀 동물 관련 질병을 연구하는 전문가는 굉장히 적다. 국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라며 "야생동물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질병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맨손으로 야생동물을 만지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