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철 특검보가 지난 1월11일 서울 대치동 특검 브리핑실에서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제출한 최씨의 제2 태블릿PC를 공개하고 있다.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제출한 ‘제2의 태블릿PC’는 최씨가 대리점에서 직접 개통한 것이며, 사용 요금은 최씨 개인비서 통장에서 이체됐다고 특검이 밝혔다.

박영수 특검팀은 6일 국정농단 의혹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장씨로부터 제출받은 제2 태블릿PC는 최씨의 것이 명백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특검은 JTBC가 보도한 이후 '실재(實在)하는지' 진위 여부가 계속 논란이 돼온 '첫 번째 태블릿PC'에 대해서는 99쪽에 달하는 최종 수사결과 보고서에서 단 한 줄도 언급하지 않았다.
특검에 따르면, 제2 태블릿PC의 휴대전화 번호는 '010-9328-○○○○'으로 최씨가 2015년10월12일 직접 이 태블릿PC를 들고 SK텔레콤 대리점을 찾아가 개통했다. 특검은 이 대리점을 압수수색한 결과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자신이 소유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에서 청소일을 하는 직원 이름을 빌려 이 태블릿PC를 개통했다고 특검은 덧붙였다.

특검팀은 “태블릿PC 사용 요금은 개통 이후 지난해 10월26일까지 1년여간 최씨 비서 명의의 국민은행 계좌에서 이체됐고, 이 계좌에서는 해당 태블릿PC뿐만 아니라 최씨가 개통한 다수의 차명폰 요금이 빠져나간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해당 비서는 특검 조사에서 최씨의 지시로 요금을 계좌 이체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해당 태블릿PC는 장씨가 지난 1월5일 변호인을 통해 특검에 임의 제출한 것으로, 특검팀으로선 뜻하지 않은 ‘보물’을 거저 얻게 됐다. 태블릿PC 속에는 2015년 7월부터 11월까지 ‘hongmee15@gmail.com’ 등의 이메일 계정에서 보낸 메일 186개가 저장돼 있었고, 메일 중 상당수가 독일 코어스포츠 설립 및 부동산 구매 업무 등과 관련한 것이었다. 또 2015년 10월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용한 역사교과서 문제 등 관련 말씀자료 수정본 파일 등도 저장돼 있었다.

지난해 10월 독일에 있던 최씨는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조카 장씨를 시켜 자신의 청담동 집에 있던 물건들을 버리라고 시켰는데, 이때 장씨가 다른 물건들과 함께 이 태블릿PC를 들고 나왔다. 장씨는 태블릿PC의 암호 패턴이 ‘L’자인 것까지 기억해내 특검팀에 알려줬고, 실제 수사팀이 ‘L’을 그리자 태블릿PC가 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