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아베노믹스' 첫 2~3년 동안만 해도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엔 "과연 효과가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적잖았다. 하지만 일본 기업 실적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인공지능·드론·자율주행차 같은 4차 산업혁명에서 앞서 가면서 이런 목소리는 줄고 있다.

다만, '일본은 모든 게 너무 잘되고 있다'는 식으로 과하게 환상을 가질 단계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김현철 서울대 교수는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가 일반 병동으로 옮긴 것도 맞고, 우리보다 건강 상태가 훨씬 좋은 것도 맞지만, 그렇다고 1980년대처럼 동네를 휘젓고 뛰어다닐 체력은 아직 안 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일본이 안고 있는 한계를 정확히 보여주는 게 '400억엔 딜레마'와 '휴업·폐업 딜레마'다. 400억엔 딜레마는 달러당 환율이 1엔 증감할 때마다 도요타 영업이익이 400억엔 왔다갔다하는 데서 나온 말이다. 도요타는 작년 11월 "2016년 연간 순익이 전년보다 33%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가, 올 2월 "그 정도는 아니고 26% 줄어드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수정 발표했다. 도요타 차가 갑자기 더 팔리고 덜 팔려서가 아니라 환율 덕을 봐 생긴 일이었다. 일본 기업의 수출 실적이 수년째 좋아지고 있는 건 맞지만 앞으로 엔저가 흔들릴 경우 언제든 다시 주춤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휴업·폐업 딜레마는 고령화 때문에 나온 말이다. 일본은 지난 수년간 도산기업은 크게 줄었는데 자진 휴업·폐업이 역대 최악인 상황이다. 민간조사회사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휴업·폐업 신고를 한 회사가 2015년 2만6000여 곳에서 2016년 2만9000여 곳으로 1년간 3000곳 넘게 늘었다. 빚도 없고 기술도 있는데 사장님과 기술진이 다 같이 나이를 먹고 젊은 직원은 새로 들어오지 않아 스스로 회사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