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조사 D-4... 뇌물죄 입증 주력]

지난 15일 오후 2시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2동 자택 담벼락 앞에 가로 2m, 세로 1m의 하얀색 현수막이 걸렸다. '대통령님의 안정을 위해 저녁 7시 이후는 소리치지 마시고, 이웃분들에게도 폐가 되지 않도록 합시다'라는 내용이었다.

이 현수막은 지난 13일부터 이곳에서 박 전 대통령 지지 시위를 벌이고 있는 '박근혜 지키미 결사대(이하 결사대)'가 만든 것이다. 류인근(50) 결사대 대표는 "소음과 몸싸움 때문에 주민들의 민원이 많다기에 회원들이 5만원을 모아 만들었다"며 "시위하는 분들에게 항상 조용히 하고 쓰레기도 직접 치우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복귀한 지난 12일 저녁부터 매일 반복됐던 고성(高聲) 시위와 몸싸움이 16일 사라졌다. 그동안 감정이 격해진 지지자 일부가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 체포되고, 일부는 술에 취해 새벽에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소음 때문에 박 전 대통령 자택 바로 뒤편에 있는 삼릉초등학교 학부모들이 15일 강남경찰서와 강남구청에 '학교 100m 내의 집회 시위를 금지해달라'는 민원 신청서를 냈을 정도다.

주민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지지자들 내부에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소란이 계속될수록 박 전 대통령에게 오히려 불리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흥분해서 고함을 지르는 지지자들에게 다가가 "불만 있더라도 여기서 시끄럽게 굴지 마세요. 이러시면 우리 집회 못 하게 됩니다. 침묵 평화 시위해요"라며 진정시키고 있다. 16일 오후에는 태극기를 든 60대 여성이 골목에서 나오는 주민과 마주치자 "미안합니다, 가는 길을 방해해서"라며 뒤로 물러섰다. 골목에서 담배꽁초를 줍던 지지자 홍모(57)씨는 "되도록 침묵시위를 하고 과격한 사람은 우리가 경찰에 열외시켜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 금지를 검토했던 경찰도 시위대의 변화에 따라 한발 물러섰다. 경찰은 이날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 등하교 시간대에만 금지하는 조건으로, 결사대 집회를 계속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경찰은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또 다른 단체인 자유통일유권자본부의 자택 앞 집회는 금지했다. 이미 결사대가 매일 집회를 열고 있는데, 두 단체가 동시에 집회를 열기에는 골목이 좁다는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