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 날씨를 만끽하기 위해 신발장 깊숙히 넣어 둔 등산화를 꺼내 신고 산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다. 볕이 잘 드는 곳부터 새순이 트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겨울 동안 쌓였던 근심과 스트레스가 다 녹는 듯하다. 반가움이 큰 사람들은 새 생명들을 손으로 만져보기도 하고 입에 가져가기도 한다.

그런데 이는 대단히 위험한 행동이다. 지난 12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산에서 채취한 독버섯을 먹었다가 큰 위기에 빠졌던 일가족의 사연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영지버섯(왼쪽)과 붉은사슴뿔버섯(오른쪽).

사연의 주인공은 3년 전에 야생 버섯을 부모님과 함께 먹은 후 죽을 뻔했던 이야기를 담담한 어조로 풀었다. 세 사람이 먹은 버섯은 영지버섯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맹독성을 가지고 있는 ‘붉은사슴뿔버섯’. 농업진흥청에 따르면 붉은사슴뿔버섯은 건장한 성인 남성이 소량만 섭취해도 죽음에 이를 정도로 무서운 독을 가지고 있다.

글쓴이는 버섯을 먹은 후 메스꺼움, 두통, 두드러기 등의 증상 때문에 동네 병원을 찾아갔다. 의사는 스트레스성 장염으로 보인다면서 약 처방만 내렸다. 약을 먹다보니 두드러기는 좀 가라 앉았으나, 갑자기 심한 탈모가 생겼다. 이후엔 고열과 두통, 다리에 붉은 반점이 생기고 잇몸에 피가 맺히는 증상까지 나타났다. 이 같은 증상을 인터넷에 검색하니 구글신이 알려준 병명은 무려 ‘백혈병’.

그는 집 근처 병원의 응급실을 찾아 갔으나 의사는 “혈액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대학병원으로 갈 것을 권했다. 그는 대학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밀려오는 두려움과 서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고.

대학병원 의료진은 그의 혈액 검사 결과를 확인한 뒤 곧바로 무균실로 이동시켰다. 머리카락은 거의 다 빠지고 밥도 못 먹고 말도 못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다. 의사가 내놓은 진단명은 ‘재생불량성빈혈’이었다. 그런데 사연의 주인공처럼 증세가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했다.

당시 그의 아버지도 원인을 알 수 없는 건강 이상 증세로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상태였다. 뭔가 짚히는 게 생긴 그는 문병 오신 어머니의 혈액 검사를 의뢰했다. 어머니의 진단명도 ‘재생불량성빈혈’이었다.

갑자기 심각한 병에 걸려버린 가족을 발견한 병원 측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 의사는 “후쿠시마 지역에 가족여행을 다녀왔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결국 범인(?)은 아버지가 1년 전 산에서 캐오신 영지버섯으로 밝혀졌다.

글쓴이는 그 후 자신을 포함한 가족들 모두 기적적으로 회복했다고 전하며 야생 버섯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