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청동에 '우주'가 들어섰다. 공중에 매달린 거대한 다면체 유리 조형물이 파랑·초록·분홍색을 뿜어내며 색의 향연을 펼친다. 이 빛은 갤러리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로부터 생산된 전기가 모여야만 켜진다. 빛의 선명도는 태양열이 충분히 모였을 때와 덜 모였을 때에 따라 달라진다. 덴마크 작가 올라퍼 엘리아슨(50·사진)의 '태양의 중심 탐험'이다.
지난해 리움미술관에 '무지갯빛 분수'를 전시해 화제를 모은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올라퍼 엘리아슨이 신작(新作)을 들고 한국에 왔다. 서울 삼청동 PKM 갤러리에서 6월 20일까지 열리는 '공존을 위한 모델들'이다. 엘리아슨은 "올해가 한국을 방문한 지 10년 되는 해"라며 "한국이 어떻게 변화해가고 있는지 볼 수 있어 기쁘다"며 웃었다.
엘리아슨은 빛과 움직임, 거울을 이용한 착시효과로 다양한 시각 예술을 보여주는 작가다. 2003년 런던 테이트 모던의 터바인홀을 시작으로 뉴욕 모마(MoMA), 파리 루이뷔통재단 미술관과 베르사유궁전 등 세계 유수 뮤지엄에서 걸작들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선 태양열을 이용한 설치 작품부터 유리 구를 사용한 조각, 일곱 가지 무지개색을 띤 회화까지 다양한 형태로 '빛'을 형상화했다. 신작 '시각적 조정'은 수십 개의 유리구슬들이 모여 지름 229㎝의 커다란 원을 이루는 작품. 구슬 안쪽이 거울로 돼 있어 주변 사물과 빛을 반사시키는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마치 끊임없는 무한의 세계로 빨려드는 느낌이다. '색채 실험'도 재미있다. 일곱개 무지개 색깔로 '낮의 색(color of daylight)'을 표현하고 싶었단다. 엘리아슨은 "실제로 빛의 색을 볼 순 없지만 빛에 대한 나만의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다"며 "모든 장소는 자기만의 '빛의 DNA(DNA of light)'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빛과 거울을 즐겨 사용하는 이유는 뭘까? "예술은 결과가 아니라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이니까요. 빛과 거울을 좋아하는 건 금세 사라지고 없어지는 비물질적 요소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지요."
엘리아슨은 다음 달 개막하는 베네치아 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한다. '난민'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그는 "난민의 고통뿐 아니라 그 이면에 숨은 밀수, 인신매매, 마피아 조직의 실상도 다룰 것"이라고 했다. "누구든지 하루아침에 난민이 될 수 있고, 다시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 수도 있죠. 내게 문제를 해결할 능력은 없지만 미술을 매개로 난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싶습니다." (02)734-94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