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때마다 노인복지 관련 공약이 빠지지 않는다. 이번에도 주요 대선 후보들은 노인복지 정책 개선 공약을 너나 할 것 없이 쏟아냈다. 후보들은 공통으로 노인 기초연금 지급액을 현재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하고, 치매에 대한 각종 지원을 약속했다. 60세 이상 노년층이 전체 유권자의 24.1%를 차지하고 있다 보니, 선거철엔 "어르신" "어르신"하며 표심을 노리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쓸쓸하기 그지없다. 지난 16일 통계청의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이 46.9%로 전체 연령층 중 가장 높았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선거철에만 있는 것일까.
◇ 우리나라 고령 인구 비중 순위, 2060년에는 '세계 2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2015년 13.1%로 1960년(2.9%)에 비해 4.5배로 증가했다. 이후에도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이며 2030년에는 24.3%, 2060년에는 40.1%로 높아질 전망이다.
순위로 따지면 고령 인구 증가가 피부로 더 와 닿는다. 1960년 세계 152위에서 2015년 51위, 2030년 15위, 2060년에는 2위 수준까지 예상된다. 2060년 고령 인구 구성비 1위는 카타르(41.6%)로 우리나라는 그 뒤를 바짝 쫓게 될 모양새다.
이처럼 고령 인구 구성비가 높아진 데에는 출산율이 낮아진 탓도 있지만 기대수명이 올라간 것도 한 원인이다.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1970~1974년 62.7세로 세계에서 98번째 수준이었다가, 2010~2013년에는 81.3세로 14번째 수준으로 올라갔다.
◇ 빈곤율 48.1% …노년층 10명 중 1명은 '자살' 생각해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2016년 3월의 실제 은퇴 연령은 61.9세였다. 평균수명만큼만 살아도 은퇴 후에도 20년을 더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2015년 은퇴연령층(66세 이상)의 빈곤율은 48.1%로 노인 2명 중 1명은 은퇴 후에 빈곤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너도나도 늙어가지만, 노후생활을 대비할 틈이 없다.
경제적 어려움은 우울과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 몇 년 전 조사에서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년층의 10명 중 1명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으며, 그 원인으로 경제적 어려움(40.4%)을 꼽았다. 노년층의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기타 원인으로는 건강(24.4%), 외로움(13.3%) 부부·자녀·친구 갈등 및 단절(11.5%) 등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노년층에 대한 복지는 여전히 빈약하다. 우리나라 노년층의 국민연금 월평균 수령액은 35만원 선이다. 최소 노후생활비(1인 기준, 99만원)의 3분의 1수준이다. 생계비 마련을 위해 노년층은 구직 활동에 나서지만, 비정규직이거나 저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일은 하고 있지만 빈곤을 벗어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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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봐주고, 연금 주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국제 노인인권단체 헬프에이지 인터네셔널(HelpAge International)이 배포한 '세계노인복지지표 2015'에 따르면 노인 복지가 가장 좋은 나라는 스위스다. 북유럽 국가인 노르웨이, 스웨덴이 뒤를 이었고 아시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일본(8위)이 10위권 안에 들었다. 우리나라는 총 96개 국가 중 60위다. 태국이 34위, 베트남이 41위, 필리핀이 50위로 우리나라보다 순위가 높다. 상위 순위에 오른 국가들의 노인 복지 대책은 우리와 무엇이 다를까.
스위스(1위) 국민에게 노년은 인생의 황금기다. 그 근간에는 연금제가 있다. 공적연금, 기업연금, 개인연금의 3가지 연금제도가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은퇴 후에도 안정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한다. 우리도 이와 비슷한 연금제도가 있지만 그 내용 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일하는 기간이 평균 26세부터 55세 정도인데 비해, 스위스는 평균 18세부터 60세까지 일한다. 연금을 쌓을 수 있는 기간이 길다.
또, 최저임금 수준이 월 평균 430만원으로 높게 책정돼 있다. 물가 수준은 높지만 수입이 많기 때문에 연금을 낼 수 있는 여건이 잘 형성돼 있다. 스위스 노년층은 연금으로 젊었을 때 받던 월급의 80% 수준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5위) 국민은 65세가 되면 누구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연금 수급액도 노부부가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금액이라고 한다. 노후소득은 연방정부가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기초연금, 사회보험방식의 소득비례에 의한 국민연금, 세제우대조치가 수반되는 기업연금과 개인연금이 있다. 이 3가지 연금이 서로 보완하며 안정적인 소득을 만들어준다. 여기에 각 주단위에서 조례를 제정해 저소득자를 대상으로 지원사업까지 하고 있다.
65세 이상 저소득 노인이 임대용 노인 전용 아파트에 거주할 경우에는 나라에서 임대료의 3분의 2를 내준다. 의료비는 65세 이상의 경우 대부분 무료다. 연방의료보장법에 따라 연방정부가 주정부에 필요한 재정을 지원해주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8위)은 1985년 연금제도를 새롭게 마련했다. 피보호자의 연령, 세대 인원, 거주지역 등 세분된 기준에 따라 최저생활보장 금액을 지원한다. 여기에 후생연금보험, 보수비례 연금제도 등으로 일정한 소득을 보장해주고 있다. 일본은 연금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 65세 이상 노인의 월평균 공적연금 수령액이 160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은 자택에서 자립생활이 가능하도록 보건의료와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주택·지역밀착형 요양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노인이 76%, 시설요양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노인이 24%로 나타났다. 자택에서 요양 서비스를 받는 노인이 시설의 3배다. 이외에도 가사보조, 말벗, 외출 지원, 식재배달 등의 다양한 생활지원서비스가 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16위)는 어떨까. 프랑스는 이미 2차 세계 대전 이후 인구 고령화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넘어가는 데 115년이 걸렸기 때문에 노인 복지에 대한 사회적 대책 마련에도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프랑스는 OECD 국가 중에서도 노인에 대한 지역사회보호서비스가 가장 활성화된 나라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노년층이 가급적 자택에 머물면서 생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장보기, 산책하기 등 일상적 생활원조를 돕거나 집에서 생활하며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위해 저소득층 노인을 대상으로 주거 수당을 지급하고, 가정간호사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인자립수당을 마련해 지원하고 있다.
또, 노인들의 여가활동도 지원한다. 노인복지센터 외에도 제3세대 대학, 노인여가대학 등을 운영하며 학구적인 면을 돕는 한편 '고령자 클럽' '은퇴자 협회' 등을 통해 놀이뿐 아니라 기술까지 습득할 수 있게 돕는다. 프랑스 노인들의 80% 정도가 보통 한 가지 이상의 클럽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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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하는 복지'로 전환 중인 북유럽… 나라에 맞는 복지로 건강한 노후를!
나라마다 노년층이 증가하고 있다. 세계 인구 중 65세 이상의 비중은 2015년 8.2%에서 2060년엔 17.6%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한다. 계속해서 늘어가는 노년층을 감당하기 위해 '무덤에서 요람까지'를 외쳤던 북유럽 국가들의 복지도 이에 맞춰 변화 중이다.
복지의 천국 핀란드도 2000년대 이후 연금제도를 개편해 더 오래 일하면 더 많이 주는 식으로 전환했다. 중장년층 실업자나 정년퇴직자의 재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이며 노년층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처럼 이미 제공하던 복지를 재정비해야 하는 국가도 있고, 아직 복지를 늘려나가야 하는 국가도 있다. 어느 나라건 노년층을 위한 완벽한 복지 정책은 없기에 더 나은 삶을 위해 각자의 형편에 맞게 계속 수정 중이다. 우리도 여러 나라의 다양한 정책을 선별해 받아들여 국민이 노후를 즐겁고 건강하게 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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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저출산-고령화의 경제적 영향 및 대응방향, KDB산업은행, 2016.10.24.
장래인구추계: 2015~2065년, 통계청
가계 시리즈(1) : 글로벌 사회복지지출의 특징과 시사점, 한국은행
7월 11일「인구의 날」에 즈음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 통계청
노인이 경험하는 어려움(주된응답, 60세 이상 인구), 통계청
프랑스 노인주거복지정책의 공공성 함의, 이은주, 보건사회연구 35(1), 2015, 363-3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