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방송된 엠넷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 참가자인 연습생 안형섭(18)군이 노래에 맞춰 홀로 춤추는 장면이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춤보다 더 눈에 띈 것이 있었다. 그의 소속사 '위에화 엔터테인먼트(樂華娛樂)'를 줄여 쓴 '위에화'라는 자막이었다. 한국인 연습생인데 소속사가 중국 회사인 것이다. 우리나라 대형 연예기획사들처럼 중국에서는 위에화 엔터테인먼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2015년 12월 중국 증시 상장 당시 시가총액 6000억원을 기록한 초대형 기획사다.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한 중국 연예기획사 위에화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습생들. 5명 중 2명은 중국인, 3명은 한국인이다.

중국 회사가 국내 연예업계 큰손으로 등장하고 있다. 한국인과 중국인 가릴 것 없이 연습생을 모집하고 데뷔를 시킨다. 소속 가수나 배우들도 한·중을 오가며 양국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우리나라 대표 연예기획사인 YG는 작년 5월 웨잉(중국 온라인 티케팅 1위 업체)과 텐센트에서 960억원을 투자받았고 SM은 작년 2월 알리바바와 중국 내 음악 사업 관련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SM 지분 중 4%(2016년 8월 기준)가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소유가 됐다. 이들보다 몸집이 작은 회사의 경우 중국이 아예 회사를 통째로 사들이기도 한다. 아이돌 걸그룹 EXID가 소속돼 있는 예당엔터테인먼트는 중국 부동산회사 완다그룹의 투자로 연예기획사를 새로 차렸다. 배우 주진모 등이 소속돼 있는 판타지오 엔터테인먼트도 중국 민영 사모펀드인 금성투자그룹에 작년 10월 인수됐다. 판타지오는 300억원에 회사 경영권마저 중국 기업에 넘겼다.

중국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진출하는 이유 중 하나는 국내 아이돌 육성 시스템이 중국에서 잘 작동되지 않는다는 이유가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 우리나라 연예기획사의 노래와 춤 트레이너 수백명이 중국 기획사 러브콜을 받고 건너간 적이 있었다"며 "중국 회사들이 직접 아이돌을 키우려고 한 건데 사람들을 스카우트해 갔어도 한·중 연예기획사 문화가 달랐기 때문에 모두 실패하고 돌아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예 우리나라에 회사를 차리는 것이 한국풍 아이돌을 키우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한국에서 스타가 되면 중국에 건너갔을 때 어마어마한 투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중국인이든 한국인이든 한국 아이돌로 이름이 조금만 알려지면 중국에서 광고 한 편에 수십억원을 벌어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아이돌 그룹 중국인 멤버가 중국에서 광고 찍을 때 받는 액수가 100억원을 웃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진 것도 이유다. 중국, 태국, 베트남계 한국인 혼혈 멤버가 포함된 아이돌이 등장한 것은 물론이고 아예 한국인 피가 섞이지 않은 순수 외국 멤버가 있는 아이돌 그룹도 등장했다. 최근 3년간 데뷔한 아이돌 그룹 중엔 중국 국적 멤버가 없는 아이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중국에 진출한 한 국내 엔터테인먼트사 관계자는 "그룹에 중국인 멤버가 한 명이라도 있어야 중국 진출하기가 편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