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여겨졌던 중도·보수 후보 단일화 선거연대 주장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여론조사상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항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힘을 합치자는 이른바 ‘반문(反文) 연대’ 구상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세 후보가 단일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라 보지만, 안 후보와 유 후보 또는 홍 후보와 유 후보 단일화는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후보 지지율이 가장 낮은 바른정당에서선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당 내홍이 일어나고 있다. 앞서 지난 16일 이종구 정책위의장이 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유 후보 사퇴 논의 등을 공론화했고, 20일과 22일 김재경 최고위원이 기자들에게 유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21일에는 당 소속의원 16명이 이와 관련해 논의하자며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바른정당 한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유 후보가 ‘보수 후보 단일화’를 주장해오지 않았나. 이제 와 지지율이 3%를 못 넘는 상황에서 완주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며 “이러다가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그 후과는 누가 감당하겠느냐”고 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후보의 입장이 아예 틀린 것은 아니지만, 당의 입장도 생각을 해야 한다”며 “후보는 전국적인 인지도를 쌓았지만, 이렇게 대선에서 존재감 없는 당으로 끝난다면 바른정당의 미래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후보들은 “선거 연대는 없다”, “끝까지 완주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사퇴 요구까지 받고 있는 유 후보는 지난 22일 울산 유세 뒤 기자들과 만나 “무슨 이야기를 해도 흔들림 없다. 귀를 막고 제 갈 길을 열심히 가겠다”며 강하게 말했다.
그러나 선거 막판에는 극적인 합종연횡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각 후보 지지율 변동이 크게 없어 2위인 안철수 후보 혼자 힘으로 문 후보를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 나오면, 문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이 연대를 모색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또 일부 바른정당 의원들이 한국당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후보 단일화 논의는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오는 30일에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