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도 살짝 언급했듯,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잔망스러움을 가리키는 용어로 ‘모에(萌え)’라는 게 있다. 그리고 본디 모에한 데가 없는 사람이나 사물에 모에 요소를 강제 주입하는 걸 ‘모에화(萌え化)’라고 한다. 그런 면에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루리웹(ruliweb)’에서 최근 생산된 이 제19대 대선후보 그림도 모에화라 할 수 있겠다. 정확히는 후보들 성별을 몽땅 뒤집은 관계로 TS(Trans-Sexual) 모에화에 속한다.

어떤 이는 나랏일 하는 분들을 희롱한다며 불경히 여길 수도 있겠으나, 사실 모에화라는 게 애당초 한계도 성역도 없이 이루어지는 작업이다. 서브컬쳐 마당에선 모기·바퀴벌레나 에볼라까지 모에화하는 걸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해충이나 전염병까지 이미지가 갈아엎어 지는 판에, 실존인물 모에화를 못한다면 그게 되려 이상할 일이다.

모에화된 에볼라 바이러스(왼쪽)와 바퀴벌레.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정치인 모에화에 일단 거부감을 비추기도 한다. 모에화 자체가 대상을 미화 또는 폄하하는 거라 여기는 인식이 이 사회에 은근히 있어서다. 50~60대 후보를 성별까지 뒤집어 미청년으로 그려내는 자체를 경박스럽다 여기는 이도 있다.

물론 윤색 또는 희화화 목적으로 모에화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가치평가는 제쳐놓고 그저 친근감을 심으려 모에화를 하는 때도 적잖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발간된 ‘공자의 논어’나 ‘손자의 병법’은 보기에 좀 심란할 뿐, 공자나 손자를 재평가하고 있진 않다. 그저 ‘귀여운 공자와 손자가 자신의 저서를 강의해 준다’는 컨셉으로 독자 시선을 당기는 거다.

모에화된 공자(왼쪽)와 손자.

제19대 대선후보 모에화 그림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을 듯하다. 각 후보의 특징적인 인상, 자세, 복식 등을 부각시킨 모에화로 친근감을 더했을 뿐, 이들을 평가하려는 시도는 달리 보이지 않는다. 프로필 내용이나 말풍선에 담긴 모토도 실제와 거의 같다. 다만 원래 인물들 사진보다 미려한 그림 때문에 눈길이 한 번 더 갈 뿐이다.

사실 정치인들이 국민을 두려워하는 건 이들이 그저 투표라는 강력한 죽창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투표에 동참하는 이가 늘어날수록 그 위력은 강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하다못해 일부 오타쿠라도 이 그림 덕에 대선 투표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이런 모에화 시도는 거부감은커녕 되려 높이 평가받을 만한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