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8시 대선 투표 종료와 동시에 지상파 방송 3사가 발표한 공동 출구 조사 결과는 '족집게' 수준으로 정확했다. 출구 조사에서 예측한 주요 후보들의 득표율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41.4%,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23.3%,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21.8%,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7.1%, 심상정 정의당 후보 5.9% 등이었다. 최종 개표 결과인 문 후보 41.1%, 홍 후보 24.0%, 안 후보 21.4%, 유 후보 6.8%, 심 후보 6.2% 등과 비교하면 5명 모두 출구 조사와 차이가 0.3~0.7%포인트로 오차 범위(±0.8%포인트) 내에서 적중했다.

역대 대선에서도 출구 조사는 당선자 예측에 실패한 적은 없지만 이번처럼 주요 후보들의 득표율까지 정확했던 전례는 없었다. 특히 대선 사상 처음 실시된 사전투표는 공직선거법에 의해 출구 조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번엔 출구 조사가 틀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더구나 사전투표율이 26.1%로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칸타퍼블릭, 코리아리서치, 리서치앤리서치 등 출구 조사를 맡은 조사 회사들은 고민이 커졌다. 이번 대선에 최종적으로 투표를 한 전체 유권자의 77.2%인 3280만8377명 중에서 사전투표자가 1107만2310명으로 3명 중 1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방송 3사 공동 예측조사위원회(KEP)는 출구 조사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사전투표자의 지역·성별·연령 등 자료를 미리 받아 선거 당일 출구 조사 결과를 바로잡는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보정작업은 '사전투표자와 선거 당일 투표자가 인구 통계적으로 비슷할 경우 투표 성향이 같을 것'이란 가정 아래 진행했다. 예를 들어 사전투표를 한 서울의 20대 여성들과 선거 당일 투표를 한 서울의 20대 여성들은 특정 후보 지지율이 같을 것으로 추정한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젊은 층이 사전투표에 많이 참여하면서 특정 당에 유리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칸타퍼블릭 이양훈 이사는 "사전투표율이 높게 나오자 각 후보 진영에선 '우리가 유리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어차피 선거 당일에 투표를 할 유권자들이 미리 한 경우도 많아서 사전투표로 인해 특정 후보가 유리하거나 불리하진 않았다"고 했다.

연령별로 볼 때 20대가 사전투표율이 높았던 건 사실이었다. 선관위에 따르면 전체 연령대 평균 사전투표율은 26.1%였다. 여기에다 선거 당일 투표자까지 포함시킨 최종 투표율은 77.2%였다. 평균적으로 당일 투표자가 사전투표자에 비해 2배 정도 많은 것이다. 이를 연령별로 볼 때 사전투표에서는 19~29세(35.7%), 30대(25.8%), 40대(23.8%), 50대(25.7%), 60대(24.6%), 70대 이상(18.8%) 등이었다. 또 출구 조사에서 추정한 연령별 전체 투표율은 19~29세(72.1%), 30대(74.8%), 40대(73.2%), 50대(79.0%), 60대(84.6%), 70세 이상(76.1%) 등이었다. 20대의 경우 사전투표자(35.7%)와 선거 당일 투표자(36.4%)가 거의 1대1 비율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젊은 층의 높은 사전투표 비율'은 단지 투표를 먼저 했다는 것일 뿐 당일 투표자와 성향상에선 차이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회사 관계자들은 "대선 전에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를 보면 비슷한 연령대 사전투표 의향자와 선거 당일 투표 의향자는 후보 지지 성향이 비슷했다"고 했다.

한편 조사 회사 측은 "출구 조사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투표자 5명마다 1명에게 응답을 받는 과정에서 20%에 달하는 응답 거절자의 성·연령을 육안으로 파악해 이른바 '샤이 유권자'의 숨겨진 표심(票心)도 추정해서 반영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