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이동 사다리' 사라졌기 때문
우리 경제가 시급하게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소득 불평등 해소를 꼽을 수 있습니다. 소득이 불평등하게 배분됐다고 하면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소득이 개인들 간에 고르게 분배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거나, 다른 하나는 소득을 취득할 수 있는 자격과 실제의 분배 몫 사이에 불일치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첫 번째 요소는 소득 불평등 지표를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될 수 있는 측면이고, 두 번째 요소는 분배 정의 문제로서 사회 규범, 사회적 합의와 관련된 측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소득 불평등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수치를 살펴봅시다. 한 사회의 소득 불평등도를 측정하기 위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지표는 지니계수입니다.
[통계청, 고소득층 소득 반영해 빈부격차 보여주는 新지니계수 발표]
아래 그림 ①은 우리나라의 1990년 이후 지니계수 변화 추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통계자료가 한정돼 있어 장기 추세를 일관되게 파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림에서 보듯이 조사 대상 범위가 넓어질수록 지니계수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특히 1인 및 농가 가구가 포함되었을 때 지니계수가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전체적으로 지니계수로 본 소득불평등도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9년까지 전반적으로 증가해오다가 그 후로 다소 감소하거나 정체된 양상을 보여줍니다.
아울러 시장 소득 기준 지니계수가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보다 더 크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가처분소득의 개념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처분소득이란 실제 가구가 처분 가능한 소득액을 의미하는데, 시장 소득에서 정부에 내는 세금, 사회보험료 등이 공제되고 정부에서 받는 공적연금, 사회보장급여 등 이전소득이 더해져 산출됩니다. 즉 가처분소득은 정부의 소득재분배 정책 효과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지니계수 추이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소득불평등 악화가 우리 사회의 매우 심각한 병폐로 지적되고 있는데, 지니계수로 보면 그 심각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지니계수(가처분소득 기준)는 0.302로 중간 그룹에 속하여 다른 나라들에 비해 불평등도가 그다지 높다고 할 수 없습니다.
OECD 국가들의 단순 평균은 0.318입니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소득불평등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그림 ②는 동일한 자료를 이용해 또 다른 소득불평등 지표인 소득 10분위 배율을 산출한 것입니다. 소득 10분위 배율은 전체 구성원의 소득수준을 순서대로 나열해 10분위로 나누고, 거기서 하위 10%의 평균소득 대비 상위 10%의 평균소득 비율을 구한 것입니다.
고소득층이 저소득층보다 얼마나 더 많은 소득을 얻고 있는지, 빈부 격차를 보여줍니다. 이런 소득 10분위 배율은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할 때 지니계수와는 달리 2006년 이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니계수가 증가하지 않더라도 빈부 격차는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며, 이는 지니계수만으로 소득분배 악화 상황을 적절하게 포착할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겠습니다. 다음은 분배 정의 측면에서 소득 불평등 문제를 살펴볼 차례입니다. ▷기사 더보기
[OECD "한국,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소득불평등 주범”]
소득분배 실태 반영에 한계
정부가 공식적으로 불평등 지표를 산출할 때 사용하는 자료는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입니다.
이 조사는 1990년부터 시행됐지만, 처음에는 2인 이상 도시 가구만을 대상으로 조사하다가 2003년부터 2인 이상 비(非)도시 가구가 포함됐고, 2006년에야 1인 가구와 농가 가구를 포함한 전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1인 가구를 포함하는 전체 가구의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소득분배 지표를 작성한다'는 OECD 기준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엄밀히 말하면 2006년 이후 자료부터 국제 비교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통계청의 가계조사는 이처럼 시계열이 짧다는 것 외에도 고소득층이 과소 대표돼 우리나라 소득분배 실태를 과소 추정하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