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하버드대학교를 중퇴하고 페이스북을 창업해 720억 달러(약 80조원)의 부를 일군 마크 저커버그(33) 페이스북 창업자가 13년 만에 모교로 돌아가 졸업식 축사를 했다.
저커버그는 25일(현지 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州) 케임브리지 캠퍼스에서 열린 하버드대 졸업식 연단에 섰다.
그는 “제가 이 연설을 끝내면 하버드 대학에서 무언가를 끝마치는 첫 번째 일이 될 것”이라며 농담 섞인 말로 연설을 시작해 “부의 재분배, 지속적인 재교육, 형사사법제도 개혁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고장 난 시스템을 고치자”는 거창한 정치적 화두를 던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설에서 대통령직을 포함한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저커버그는 연설에서 ‘우리 세대’ ‘우리 세대의 목표’라는 말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나는 이곳을 떠나 10년 만에 수십억 달러를 벌었지만, 여러분은 지금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출금을 갚을 여유조차 없다”며 “우리 사회 시스템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빗속에서 청중들은 박수를 쳤다.
그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열심히 노력해도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창업해 성공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쿠션(안전장치)이 없어 자신의 꿈을 좇지 못하는 우리 세대 젊은이들이 너무 많다”면서 “각자의 세대는 저마다의 목표가 있듯, 우리 세대의 목표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커버그는 “밀레니얼(1980년대 초반~2000년 사이 출생한 세대)이 과거 뉴딜 정책과 같은 새로운 사회 계약을 만들어낼 시기가 왔다”며 “국내총생산(GDP)과 같은 경제지표뿐만 아니라, 의미 있는 일을 찾아 역할을 하는 이가 얼마나 되는지도 평가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웅변했다.
보편적인 기본소득 도입을 통한 부의 재분배, 부담 가능한 어린이 건강보험 등을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슬림 입국 거부 행정명령이나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워 자유무역을 막으려는 시도 등을 겨냥해 “자유 무역과 이민을 지지하는 이들과 그것을 둔화시키려는 이들 간에 진행되는 싸움은 ‘국가 간의 전쟁’ 이 아니라 ‘이념 전쟁’”이라고도 지적했다.
저커버그는 축사 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이 연설이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중요했다. 오랜 시간이 걸쳐 연설문을 썼다”며 “나의 메시지는 목적(purpose)에 관한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목적의식을 갖는 것은 진정한 행복의 핵심이고, 우리 사회를 진전시킬 방법”이라고 밝혔다.
저커버그는 이날 졸업식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