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아랍에미리트연합(UAE)·바레인·예멘·리비아·몰디브 등 이슬람권 7개국이 지난 5일(현지 시각) 카타르와 갑자기 단교(斷交)한 이후 카타르에 생필품 사재기가 벌어지는 등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6일 보도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단교 직후 카타르에선 생필품 조달이 어려워질 것이란 소문이 퍼지면서 주요 마트에 주민들이 몰려들어 물·빵·설탕·달걀 등 생필품을 휩쓸어 갔다. 일부 마트의 냉장고는 하루 만에 텅 비었고, 생필품을 먼저 사려고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6일(현지 시각) 카타르 수도 도하의 하마드국제공항에서 항공편 취소로 발이 묶인 승객들이 대합실에 몰려있다. 지난 5일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몰디브 등 이슬람권 국가 7개국이 카타르와 갑자기 단교를 하면서 카타르를 오가는 항공편이 대거 취소됐다. 사우디 등은 카타르가 중동 테러 단체를 지원하고 친(親)이란 정책을 추진해 지역 안보를 해쳤다는 이유로 단교 결정을 내렸다.

카타르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채 사우디에 붙은 반도국이어서 사우디가 육·해·공 운송로를 차단하면 고립된 섬이 된다. 현재 사우디는 카타르로 통하는 육지와 하늘길을 통제하고 있다. 바닷길도 제한한다는 계획이다. 카타르는 설탕만 연간 10만t을 사우디와 UAE에서 수입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식량의 99%를 수입에 의존하는 사막국가 카타르가 주변국의 '집단 봉쇄' 조치로 식량난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카타르의 육로가 막히면서 시멘트·철강 등 건축자재 수입도 어려워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 개최를 위한 축구장 건설에 큰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항공편도 비상이다. 중동 최대 항공사인 UAE의 아랍에미리트항공 등은 카타르행 항공편을 5일 오전부터 중단했다. 단교한 7개국은 카타르 항공이 자국 영공을 통과하는 것도 차단했다. 이 때문에 카타르 항공을 이용해 이집트·UAE·몰디브 등을 가려던 승객들은 카타르 수도 도하 공항에 발이 묶이거나 급히 항공편을 갈아타야 했다. 단교 사태가 장기화하면 두바이와 함께 중동 허브 역할을 했던 도하 공항과 카타르 항공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카타르 정부 소유인 위성 채널 알자지라의 사우디 지국에 대한 보도 허가를 5일 취소했고, UAE는 6일 카타르 스포츠 채널 베인(beIN)의 송출을 금지했다.

[사우디에 단교당한 카타르의 두 얼굴]

이번 사태로 한국 축구 대표팀도 유탄을 맞았다. 현재 UAE에 있는 대표팀은 10일 카타르 항공을 이용해 도하로 이동할 예정이었으나, 카타르 항공의 UAE 공항 이륙이 막히면서 다른 항공편을 알아보고 있다. 대표팀은 오는 14일 도하에서 카타르 대표팀과 예선전을 치를 예정이다. 대표팀은 UAE에서 오만이나 쿠웨이트 등을 경유해 도하로 가는 항공편을 찾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이번 단교 조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방문(5월 말) 이후 이뤄졌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 방문 당시 이란을 겨냥한 강경 발언을 했기 때문에 사우디가 친(親)이란 성향의 카타르를 고립시키는 이번 결정을 자신 있게 내릴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 등 7개국은 카타르가 친이란 정책을 펴고 무슬림형제단 등 중동 테러 조직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들어 단교를 선언했다.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카타르는 이슬람 수니파 국가이지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와 다른 목소리를 자주 냈고, (아랍의 적인) 이스라엘과도 경제협력을 도모하는 등 튀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단교 사태와 관련, 쿠웨이트가 중재에 나설 뜻을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