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미 정상회담 의제 중에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가 꼭 들어갈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것을 '싸드'라 발음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때애드' 또는 '때앳'이라고 발음할 것이다. 미국 무기이므로 당연히 미국식 발음을 따라야 한다. 그런데 왜 한국서는 '싸드'라 발음하고 '사드'라고 쓸까?
이유는 간단하다.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 규칙과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외래어공심위)가 외래어를 한글로 표기할 때 쌍시옷(ㅆ)과 장모음을 쓰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외래어공심위는 원어민 발음은 들어보지도 않고 글자만 보고 결정해버린다. 영어에는 말과 글이 일치하지 않는 단어가 상당히 많다. 한글 'ㅏ'는 항상 '아' 소리만 나지만, 알파벳 A는 아, 어, 에이, 오 등 여러 가지다. 그러므로 외래어를 음역하기 전 반드시 원어민 발음을 들어봐야 한다.
'Trump'를 우리는 '트럼프'라고 정확히 발음하고 한글로도 쓸 수 있지만 일본인은 'トランプ'라 쓰고 '토란뿌'로 읽는다. 중국인은 '特朗普(터랑푸)' 또는 '川普(추안푸)'라고 쓰고 발음한다. 그들은 Trump조차도 제대로 음역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거의 모든 외국어를 원음에 가깝게 발음하고 쓸 수 있다. 그런데도 외래어공심위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돌아와 사망한 미국 청년 Warmbier의 이름 Otto(아도)를 '오토', 특검 Mueller(멀러)도 '뮬러', 대통령 이름인 Roosevelt(로오즈벨트)를 '루스벨트', Bush(붓쉬)를 '부시'라 쓴다. 가장 웃기는 건 Joseph(조오셉)을 '조지프'라 쓰는 것이다.
외국어를 한글로 음역할 때는 반드시 쌍시옷, 장모음, 시옷 받침을 허용해야 하고 s와 sh를 구별해야 한다. 예컨대 scene은 '신'이 아니라 '씨인', sign은 '사인'이 아니라 '싸인', leadership은 '리더십'이 아니라 '리더쉽'이라 발음하고 써야 한다. 언론 매체들은 불합리한 외래어공심위 결정에 무조건 따르지 말고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입력 2017.06.30.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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