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슈프림 협업 컬렉션 기습 발매… 1차 발매 물량, 3일 만에 전량 완판
2차 발매 앞두고 4박 5일 줄서기 시작… 한정판 명품에 전 세계 마니아 열광
“5일 동안 노숙할 예정인가요? 이유가 뭐죠?” “루이비통, 슈프림이잖아요.” 기자의 질문에 캠핑 의자에 앉아있던 김정현(가명, 26) 씨는 당연한 걸 묻는다는 투로 답했다.
7월 3일, 무더위와 습기로 가득한 서울 청담동에 전운(戰運)이 감돌았다. 명품 플래그십이 밀집된 이 지역은 평소 같으면 여유롭고 한적한 분위기겠지만, 벌써 며칠째 보기 드문 소란함이 연출되고 있다. 바로 루이비통과 슈프림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의 팝업스토어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6월 30일에 이어, 7월 7일 2차 출시를 앞두고 루이비통 매장 앞에는 벌써 대기 줄이 늘어서 있었다.
1차 판매를 놓치고 2차 판매 물량을 구매하기 위해 일찌감치 줄을 섰다는 김 씨는 “소장가치가 높은 컬렉션이라 사려고 한다. 생각해 둔 제품이 5개가 있는데, 모두 직접 착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럭셔리와 스트리트의 최고봉이 만나 만든 한정판 컬렉션은 김 씨의 5일간의 노숙을 지탱하게 한 원동력이 됐다. 이변이 없다면 그는 원하는 제품을 모두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 한정판이 뭐길래… ‘슈프림 X 루이비통’ 팝업에 전 세계 마니아 열광
루이비통은 6월 30일 ‘슈프림 x 루이비통’ 팝업스토어를 서울을 비롯한 전 세계 8개 매장에 오픈했다. 이번 팝업스토어에서는 일주일을 사이에 두고 1, 2차에 걸쳐 상품이 출시되는데, 30일 풀린 1차 물량은 사흘 만인 7월 2일 오후 전량 완판됐다.
‘뒷골목의 루이비통’이라 불리는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과의 협업인 만큼 판매 방식도 슈프림의 ‘드롭(Drop)’ 방식을 차용한 것이다. 슈프림이 매주 목요일 신제품을 극소량 출시하듯, 이번 협업도 1, 2차에 걸쳐 한정수량이 출시됐다.
루이비통은 팝업스토어의 일정과 장소를 사전에 알리지 않고, 개점 당일 0시 공식 SNS에 판매처를 기습 공지해 긴장감을 높였다. 팝업 일정을 예의주시하던 팬(혹은 리셀러)들은 공지가 시작되기도 전인 29일 오전부터 루이비통 매장에 모여들었고, 일정이 공지된 자정 이후엔 인파가 빠르게 늘어나 밤샘 줄서기가 이어졌다. 30일 오전 11시, 판매가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SNS에는 인증사진과 함께 리셀(Re-sell∙재판매) 공지가 속속 올라왔다.
팝업 첫날 늦은 오후, 기자도 뒤늦게 슈프림 X 루이비통 대란에 합류했다. 다행히(?) 매장 앞의 인파는 50명 정도로 줄어 있었다. 유심히 보니 한정판 아디다스 이지부스트, 베트멍 X 리복 협업 운동화, 발렌시아가의 삭스 스니커즈 등을 신은 멋쟁이들로 가득했다. 줄 끝에는 슈프림 x 꼼데가르송 콜라보레이션 티셔츠를 입고 빨간 슈프림 로고 휴대폰 케이스를 든 슈프림 마니아도 있었다.
◆ 한 그룹당 30분씩, 까다로운 쇼핑 조건에도 1차 발매 사흘만에 전량 완판
한 시간가량 지났을까? 드디어 기자의 차례가 왔다. 루이비통은 20명을 한 그룹으로 묶어 30분의 쇼핑시간을 줬다. 쇼핑에 앞서 개인 기록카드를 작성하고, 가방과 휴대폰 등을 맡기는 과정이 진행됐다. 소지품을 빼앗긴 빈 손엔 20번(그룹 내 순번)이라는 숫자가 적힌 번호표가 쥐어졌다.
이어 매장 관계자가 한국어와 영어로 주의사항을 안내했다. “한 명당 구매할 수 있는 물품은 가죽 제품 2개(큰 것, 작은 것 각각 하나씩), 액세서리 1개, 신발 2개, 의류 2개 등 총 7점이다. 한 가지 제품을 2개 이상 중복 구매할 수 없다. 만약 마지막 제품을 여러 명이 선택한다면, 그룹의 앞 순번인 사람에게 양보하는 게 규칙이다(번호표로 식별). 환불과 반품은 1주일 안에 가능하지만, 만약 매장 앞에 줄이 있다면 줄을 서서 입장해야 한다” 등등. 이렇게 매장 안으로 들어가기까지 또 20여 분의 시간이 흘렀다.
까다로운 사전 준비를 마친 후 본격적인 쇼핑이 시작됐다. 이번 1차 드롭에서는 슈프림과 루이비통의 로고가 섞인 빨간색 후디와 티셔츠, 스타디움 점퍼, 백팩 등이 출시됐다. 하지만 기자가 들어간 시간엔 이미 인기 제품들은 동이 난 상태였다. 그럼에도 함께 입장한 쇼핑객들은 잽싸게 상품을 낚아챘다. 대부분은 스니커즈와 모자, 키링 등 액세서리에 집중하는 모양새였다.
가격대는 가죽 재킷 600만 원대, 스니커즈 110만 원대, 로고 반다나 44만 원, 카모플라주 모자 60만 원대, 키링 40~90만 원대, 가죽 벨트가 90만 원대였다. 한 구매자는 “슈프림이 국내에 정식 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루이비통과 협업해 가격은 비싸지만, 기념비적인 컬렉션이라 꼭 구매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루이비통의 팝업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루이비통은 애초 6월 30일부터 7월 14일까지 팝업스토어를 운영할 예정이었지만, 개점과 동시에 제품이 빠르게 소진되는 바람에 2일 오후 준비한 물량을 모두 완판했다. 루이비통의 매장 앞에는 ‘Sold Out’이라는 문구와 함께 오는 7일, 2차 판매가 재개될 예정이라는 안내판이 걸렸다.
이번 팝업에 열광한 이들 가운데엔 슈프림과 루이비통을 좋아하는 패션 애호가도 있었지만, 한정판 특수를 노린 리셀러(재판매자)들도 상당했다. 불황에도 한정판에 열광하는 마니아들이 늘면서 이를 노린 리셀이 활개를 치는 것이다.
실제로 1차 팝업 당일 정오를 기해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슈프림 X 루이비통 리셀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 인기가 많았던 박스 로고 티셔츠의 경우 67만 원짜리 150만 원에, 후드 티셔츠는 129만 원짜리가 250~300만 원에 거래됐다. 매장 앞 대기 줄 행렬도 점점 과열되고 있다. 1차 판매일 당시 300여 명의 인파가 몰렸지만, 2차 판매를 4일 앞둔 4일 매장 앞엔 100명 이상의 대기 줄이 만들어졌다.
리셀이 과열되면서 시장 질서를 파괴하는 불공정 거래가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가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거래하거나, 집단을 결성해 상품을 싹쓸이하는 편법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개인 간 거래가 대부분인 중고거래의 특성을 악용해 짝퉁을 진품으로 속여 파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