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프림 X 루이비통 협업 후드 티셔츠, 리셀가 2000만 원대까지 뛰어
2배 프리미엄은 기본… 2차 발매 앞두고 5일 전부터 노숙 행렬

이들도 줄을 섰을까? ‘슈프림 X 루이비통’을 득템한(?) 유명인들. 왼쪽부터 저스틴 비버, 마돈나, 박서원 두산 전무

루이비통이 6월 30일 ‘슈프림 x 루이비통’ 팝업스토어를 서울을 비롯한 전 세계 8개 매장에 오픈했다. 이번 팝업스토어에서는 일주일 간격으로 1, 2차에 걸쳐 상품이 한정수량 출시된다.

루이비통의 팝업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루이비통은 애초 6월 30일부터 7월 14일까지 팝업스토어를 운영할 예정이었지만, 개점과 동시에 제품이 빠르게 소진되는 바람에 2일 오후 준비한 물량을 모두 완판했다. 루이비통의 매장 앞에는 ‘Sold Out’이라는 문구와 함께 오는 7일, 2차 판매가 재개될 예정이라는 안내판이 걸렸다.

이번 대란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협업의 주인공인 슈프림은 매주 신상품을 한정 수량 출시하는 전략으로, 발매일마다 매장 앞에 긴 대기 줄을 세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슈프림이 럭셔리의 대명사 루이비통과 손을 잡았으니, 소동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매주 ‘슈프림 대기 줄’로 혼란을 겪고 있는 뉴욕의 경우, 지역 위원회가 팝업스토어 개장을 반대하는 바람에 결국 매장을 열지 못했다.

◆ 슈프림 X 루이비통 한정판 리셀가, 2배 이상 책정

2차 발매일을 앞둔 4일, 루이비통 청담 매장 앞의 인파는 100여명으로 늘었다.

1차 대전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인 3일, 다시 2차 대전이 시작됐다. 오후 7시, 청담동 루이비통 매장 앞에는 13명의 청년들이 줄을 서 있었다. 이들은 무더위와 장마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줄의 맨 앞자리를 차지한 이명현(가명, 30) 씨는 “오후 1시쯤 매장에 왔고, 루이비통 측의 허가를 받아 이제 막 줄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씨는 “7개의 제품 중 한 두 가지는 착용하고, 나머지는 리셀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전에도 리셀을 해 본 경험이 있다는 그는 “한정판은 보통 2배 정도의 리셀가를 매겨 판매한다. 이번처럼 인기가 많은 제품의 경우 프리미엄을 더 붙여도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차 구매자 가운데엔 슈프림과 루이비통의 팬 외에도 중고 사이트에 웃돈을 얹어 되파는 것을 목적으로 한 리셀러들이 상당수였다. 1차 판매일 정오 무렵,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와 SNS에는 협업 제품을 파는 게시물이 빠르게 업데이트됐다. 놀라운 건 가격이었다. 이베이에는 67만 원짜리 박스 로고 티셔츠가 150만 원에, 129만 원짜리 후드 티셔츠가 250~300만 원에 올라왔다. 어떤 판매자는 후드 티셔츠를 2천800만 원대(2만5천 달러)에 내놓기도 했다.

이베이의 한 판매자는 슈프림 X 루이비통 후디를 2만5천 달러(약 2천800만 원)에 올렸다. 이 제품의 실제 판매가는 129만 원이다.

SNS의 열기도 뜨거웠다. 인스타그램에서 #슈프림루이비통을 검색을 하면 구매자의 인증사진보다, 판매 게시물이 더 많이 걸렸다. 어떤 판매자는 조직적으로 상품을 구매한 듯, ‘보유 물량이 많다’며 상품 떼 샷(?)을 올리기도 했다.

1차 팝업에서 7시간을 기다려 스니커즈와 지갑을 구매했다는 한모 씨는 “땡볕에 7시간 동안 줄을 서느라 무척 힘들었다. 이날 내가 본 리셀러만 해도 10명이 넘는다. 리셀러들 때문에 정작 슈프림의 팬들은 제품을 못 사거나 비싼 값에 리셀 상품을 사야 했다. 솔직히 짜증이 났다”고 털어놨다.

속 편하게 리셀로 사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오상훈(가명) 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지갑과 가방을 구매한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정가로 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리셀가가 크게 부풀려지긴 했지만, 판매자도 몇 시간을 고생해 산 것이니 그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거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1차 발매일로 돌아가, 기자의 쇼핑은 애초 취재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아이 쇼핑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몇 배로 부풀려져 팔리는 ‘리셀 열풍’을 확인한 후엔, 약간의 후회가 밀려왔다. ‘아, 나도 한탕 할 수 있었는데…’

◆ 마니아들의 ‘한정판 판타지’ 노린 리셀… 피해는 소비자 몫

불황에도 한정판에 열광하는 마니아, 이른바 덕후들이 늘면서 ‘리셀 시장’이 부상하고 있다. 리셀이란 희소성을 지닌 한정판 중고 상품을 비싸게 거래하는 것으로, 최근 수요가 늘면서 가파르게 퍼지고 있다. 리셀을 전문으로 하는 프로 리셀러도 등장했다. 슈프림의 경우 드롭 때마다 늘어선 인파의 50%가 리셀러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베이에 올라온 슈프림 x 루이비통 매물들

리셀이 과열되면서 시장 질서를 파괴하는 불공정 거래가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가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거래하거나, 조직적으로 집단을 결성해 상품을 싹쓸이하는 편법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개인 간 거래가 대부분인 중고거래의 특성을 악용해 짝퉁을 진품으로 속여 파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니 리셀 문화가 뒤따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어떨 땐 정도가 지나쳐 부동산 투기 현장 같다는 생각도 든다. 특별한 가치를 주기 위해 기획된 한정판이 오히려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리셀 논란이 커지자 일부 브랜드는 선착순 현장 판매가 아닌 추첨을 통해 구매권을 주는 온라인 래플(Raffle)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아디다스가 미국 래퍼 칸예 웨스트와 출시하는 이지부스트 스니커즈의 경우 매번 극소량의 신상품이 출시되는데, 공식 홈페이지에서 응모한 후 당첨된 이들만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지인을 동원해 아이디를 400개까지 응모한 이도 있다는 말이 들리는 걸 보니, 이 방식도 리셀을 막을 방안이라곤 볼 수 없는 것 같다. 이지부스트의 정가는 28만9천 원선이지만, 현재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60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