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6월 30일 자 조선일보 칼럼 'Joseph이 어떻게 조지프인가?'에서는 외래어 표기 규칙과 정부·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이하 외심위)의 영어 표기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그런데 칼럼 내용 중 사실과 다른 점이 있어 이를 바로잡고 외래어 표기의 취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영어 표기법과 외심위의 영어 표기 심의 기준이 원어 발음을 무시하고 철자만을 따르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영어에서 온 외래어는 외래어 표기법 제2장 제1항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표기 대조표'에 따라 적는다. 예를 들면 같은 철자 'a'라도 '애플(apple)'에서는 '애'로, '에이스(ace)'에서는 '에이'로, '아케이드(arcade)'에서는 '아'로 적게 된다. 칼럼에서 지적한 인명 '조지프(Joseph)' 역시 영어 사전에서 제시하는 발음 기호를 한글로 옮긴 것이다.

장음과 된소리 표기, 시옷 받침 첨가 등을 허용함으로써 한글로 영어 발음을 정확히 표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영어 발음을 한글로 완벽하게 적기는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Bush'는 원어 발음을 고려하여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하면 '부시'로 적어야 하는데, 이를 '부시' '부쉬' '붓쉬' 중 어느 것으로 적더라도 영어 발음을 똑같이 나타내지는 못한다. 외래어 표기법은 외국어에서 온 말을 한글로 일관성 있게 적음으로써 우리 국민이 의사소통에 불편이 없게 하고자 마련했다. 중요한 것은 약속된 표기법을 지킴으로써 언어생활의 불필요한 혼란을 막는 것이다.

한편 이미 국어 생활에서 굳어져 사용되는 외래어는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오히려 사회적 비용과 혼란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원어 발음과 다른 관용 표기도 고려하고 있다. '루스벨트(Roosevelt)' '카메라(camera)' '바나나(banana)' 등이 그 예로, 원어 발음과는 다르지만 이미 1980년대 이전부터 교과서와 언론 등에서 널리 쓰여 온 표기를 존중한 것이다.

이와 같이 외래어 표기는 원어 발음과 사회적 관용을 두루 고려하고 있으며, 정부·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라는 이름에서 드러나듯 정부와 언론이 함께 의논하여 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