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넷 선정 세계 100대 컬렉터' '아트넷 선정 파워 여성 100인' '아트넷 선정 5대 비엔날레'….

해외 미술 관련 뉴스를 읽다 보면 자주 눈에 띄는 매체가 있다. 뉴욕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미술 매체 '아트넷(Artnet)'이다. 전 세계 2200여 개 갤러리, 작가 3만8000여 명을 거래 목록에 올린 대표적인 온라인 경매 사이트다. 오프라인에 '크리스티' '소더비'가 있다면 온라인 시장엔 '아트넷'이 있는 셈이다. 또 24시간 아트 관련 뉴스를 올리는 '아트넷 뉴스'엔 한 달에 400만명 가까운 방문객이 몰리며 가장 이름난 미술 전문매체 중 하나로 꼽힌다. 2015년 기준 수입은 전년 대비 24% 오른 230억원. 온라인 경매가 전체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성장세가 가파르다.

제이컵 팝스트‘아트넷’CEO가 친구인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의 파리 서재에서 포즈를 취했다. 아트넷은 지난 2015년 라거펠트와 협업한 한정판 핸드백을 선보여 매진시킨 바 있다.

이를 진두지휘하는 아트넷 CEO 제이컵 팝스트(Pabst·44)에게 비결을 들었다. 지난해 뉴욕에서 팝스트를 인터뷰했고, 최근 이메일로 질문과 답변을 여러 차례 주고 받았다. 이메일을 교환할수록 한국 시장에 관한 얘기가 점점 길어졌다.

팝스트는 경제학을 전공한 뒤 2000년 아트넷 유럽 세일즈 담당으로 입사했다. 샤넬을 쥐락펴락하는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와 돈독한 친분을 자랑할 정도로 예술계 유명인사 중 하나로 꼽힌다. 1989년 아트넷을 공동 창업한 아버지이자 독일 아트 딜러 1세대인 한스 노이엔도르프의 뒤를 이어 2012년부터 아트넷 CEO 자리에 올랐다. 그는 "베일에 싸인 미술 시장을 투명하게 바꾸자는 취지에서 회사가 출발했다"며 "100여 명이 넘는 전문가가 직접 조사하고 취재하며 가격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신뢰를 쌓은 게 오늘의 아트넷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뉴욕 미술 업계에서 지한파(知韓派)로 꼽힌다. 국제·학고재·가나아트·갤러리현대 등 국내 대표적 갤러리와 거래하고,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광주비엔날레 등을 지속적으로 보도하며 협력을 꾀하고 있다. 뉴욕에서 주목받는 국내 아티스트를 묻자, 이우환을 비롯 여러 작가의 이름을 말하며 단 한 명도 빼지 말라고 부탁했다.

"개인적으로는 이우환의 열렬한 팬입니다.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쓴 정상화, 박서보, 윤형근, 김창열, 천경자, 백남준, 박수근, 이성자, 이대원, 장욱진 등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젊은 아티스트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 "우리의 가격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뜨는' 아티스트가 한눈에 보이죠. 청바지 화가로 유명한 최소영(37) 작가를 주목할 만해요. 지난해 우리 가격 데이터베이스 기준으로 평균 가격 13만9872달러(약 1억6000만원), 총 27만9746달러(약 3억2200만원)의 온라인 경매를 기록했습니다." 아트넷은 세계적 미술품 경매회사의 누적 낙찰 기록 500만건 이상을 국제적인 미술품 딜러와 컬렉터에게 제공하고 있다.

아트넷이 매년 발표하는 100대 컬렉터에는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이 빠지지 않는다. 그는 "세계적인 갤러리 대면조사, 거래 내역 등 각종 취재로 최대한 공신력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나도 유명 컬렉터가 되고 싶죠. 하지만 미술 작품들은 너무 비싸서 대신 나이키 신발을 모아요(웃음). 마티스와 고야 같은 대가를 비롯해 미국 추상화가 엘즈워스 켈리와 바넷 뉴먼, 쿠바 출신 작가 펠릭스 곤살레스 토레스 등의 작품을 사랑합니다."

한국 출신 직원을 채용할 정도로 관심을 키우고는 있지만 그만큼 아쉬운 것도 많다. "시장 자체가 혁명적이지 않아요. 빅 브랜드, 빅 아티스트만 좋아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급진적·개혁적 사고의 젊은 작가가 더 나와야 하고 그를 발굴하고 지원해줘야 합니다. 작가들도 중국이나 미국 등 해외시장에 도전하는 개척 정신을 보였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