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때 호텔이 아니라 개인 집을 빌리는 '숙박 공유 사이트'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다. 호텔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현지 문화를 더 직접적으로 체험해보려는 관광객들이 몰린다. 에어비앤비, 홈어웨이, 플립키 등이 있다. 2008년 설립된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사람은 지금까지 2억명(중복 계산)이 넘는다. 하지만 이 사이트로 검증되지 않은 숙소를 빌렸다가 범죄의 표적이 되거나 돈만 날리는 사례가 빈번하다.
서울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는 김수진(27)씨는 지난 1월 프랑스 파리 여행이 악몽이었다. 김씨는 한 숙박 공유 사이트를 통해 파리 1구(區)의 원룸을 한 달 110만원에 빌렸다. 호텔비보다 저렴할 뿐 아니라 개인 집에서 묵으며 실제 파리 시민처럼 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30대 남성인 집주인은 편의 시설과 관광지를 안내해주는 등 호의를 베풀었다. 하지만 곧 "술을 한잔하자"며 치근덕댔다. 이튿날엔 숙소로 불쑥 찾아와 스킨십을 시도했다. 김씨는 2주 만에 숙소를 나와 호텔로 옮겼다. 남은 2주일치 숙박비의 절반만 간신히 돌려받았다.
◇황당 청구서와 과장 광고
지난달 미국 동부 여행을 갔다 온 회사원 김성원(30)씨는 며칠 전 자신이 머물렀던 숙소 집주인으로부터 300달러(약 34만원)짜리 청구서를 받았다. 집주인이 "램프(전등) 머리 부분이 부러졌다"며 수리비를 청구했다. 김씨는 그런 기억이 없다. 결제 때 신용카드에 500달러 보증금을 걸었다. 돈을 물지 않으려면 자신이 깬 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 김씨는 해결 방법이 마땅치 않아 속앓이 중이다.
미국 교포인 장모(31)씨는 지난 5월 한국을 찾았다. 장씨는 숙박 공유 사이트로 2주 동안 머물 원룸을 예약했다. 한강 풍경과 화려한 내부 사진이 마음에 들었다.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집'이라고 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여행용 가방 놓을 곳도 마땅치 않을 정도로 비좁았다. 집주인이 카메라 각도를 교묘히 조정해 찍은 사진을 올린 것이다. 한강은 아파트 사이로 간신히 보였다. 장씨가 항의하니 집주인은 "사진과 다른 게 뭐가 있느냐"며 역정을 냈다.
◇몰카에 성폭행까지 범죄의 표적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지난 5월 일본 여행을 갔던 백모(여·27)씨는 숙박 공유 사이트로 예약한 숙소에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욕실 선반에서 수건을 꺼내다 소형 카메라를 발견했다. 백씨는 너무 놀라 그 길로 숙소를 나와버렸다. 지난달 말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일본의 한 숙소에서 화재경보기형 몰래카메라를 발견했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몰래카메라 속 저장 장치(SD카드) 안에는 투숙객의 모습이 담긴 영상 파일이 있었다고 한다.
지난 5월 뉴욕에서는 독일 여성 관광객이 집주인에게 성폭행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피해자가 저항하자 집주인이 주먹을 휘둘러 이가 부러졌다. 집주인은 성범죄 등으로 수감됐다가 풀려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넷 사이트에선 이런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다. 지난 10일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체크 아웃을 늦게 한다며 손님을 계단에서 밀어버린 집주인에게 검찰이 살인죄를 적용하기도 했다.
◇해외에선 인종차별로 시끌
인종차별 문제로도 시끄럽다. 지난 2월 에어비앤비로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숙소를 예약한 한인 2세 여성이 도착 당일 투숙을 거부당했다. 이 여성은 친구들과 함께 숙소로 가던 중 문자로 예약 취소를 통보받았다. 서씨가 항의하자 집주인은 "(당신이) 지구상 마지막 사람이어도 '아시아인'이기 때문에 집을 빌려주지 않겠다"고 답했다. 논란이 일자 에어비앤비 측은 '차별 금지 규정'을 적용해 이 집주인을 사이트에서 퇴출했다.
문제가 끊이지 않자 '에어비앤비 지옥(airbnb Hell)'이라는 웹 사이트가 등장했다. 호스트와 투숙객들이 익명으로 피해 사례를 공유하는 사이트다. '집주인과 술을 많이 마시지 마라' '예약 전에 환불 정책을 챙겨라' 등 주의 사항들이 정리돼 있다. 에어비앤비 관계자는 "범죄 등 문제를 일으킨 집주인은 사이트에서 영구 퇴출하는 등 이용객 안전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