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이 되면 오스트리아의 작은 도시가 들썩인다. 인구 2만의 이 휴양도시엔 여름 한 달 동안 2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호수 수상 무대에서 펼쳐지는 오페라를 구경하러 온다.

브레겐츠 오페라 축제의 중심이 되는 보덴(Bodensee)호(湖)는, 나라에 따라서 콘스탄스(Lake Constance) 호수라 부르기도 한다. 보덴호는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3국이 만나는 국경에 위치하고 있어 호수 주변 마을마다 각기 다른 나라의 국기를 걸고 있는 독특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도시의 여름은 '밤의 여왕'이 먹여살린다]

브레겐츠(Bregenz)가 보덴 호숫가에서 야외 오페라를 선 보인 것은 2차 세계대전 후인 1946년. 호수 위에 배를 띄워 야외 오페라를 올린 것이 그 시작이다. 여름엔 야외 오페라 공연이 많은 유럽에서도 브레겐츠 페스티벌이 독특하고 특별해진 이유는 '수상(水上) 무대' 덕이라 할 수 있다.

눈 덮인 알프스 자락 아래 푸른 호수는 그 자체가 이미 환상적인 무대지만, 그 위의 웅장하고 강렬하게 연출된 무대는 해마다 많은 화제를 낳았다.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수상 무대는 다른 페스티벌처럼 무대를 매일 바꾸거나 이동하는 조립식이 아니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부술 수 없는 콘크리트와 철골로 된 견고한 고정 무대다. 물과 바람에도 버틸 수 있는 무대 세트는 수개월을 소요해 제작하며 매년 한 작품의 오페라만 공연하고, 한 공연은 보통 2년 정도 공연한다.

야외 공연이기 때문에 여타 오페라와 달리 마이크와 스피커를 쓸 밖에 없다. 그래도 음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무대 곳곳에 스피커 59개를 설치해놓고 객석 삼면도 수백개가 넘는 스피커가 감싸고 있다. 브레겐츠 페스티벌 측은 2007년 오스트리아 빈의 대학 음향 연구소와 공동으로 ‘브레겐츠 야외 음향’이라는 독자 시스템을 개발했다. 음향 기기를 무조건 배척하지 않고 첨단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관극 효과를 최대화한 것이다. 70년 야외 오페라 관록으로 최상의 감상을 도와준다.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예술성을 뒷받침하는 것은 빈 심포니다. 7월부터 8월 사이 매일 열리는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상주 오케스트라로 활동한다. 다른 오케스트라를 초청하기도 하지만 거의 단독으로 두 달간의 페스티벌을 책임지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빈 심포니는 호숫가 야외 무대가 아니라, 객석 뒤쪽과 맞닿은 1656석짜리 콘서트홀에서 연주한다. ▶더보기

["호수 위 생생한 사운드… 그 독특함이 성공 비결"]

홍보 전략도 진취적이다.1985년부터 오페라 1편씩, 2년간 여름 시즌에 올리는 것을 정례화하면서 '나부코'(1993~1994년)가 30만명, '피델리오'(1995~1996년)가 31만8000명을 불러모았고, '일 트로바트레'(2005~2006년)가 30만명을 넘겼다.

푸치니 '토스카'(2007~2008년)는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이름을 세계 곳곳에 알린 계기가 됐다. 007 영화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악당을 만나 대결을 펼친 곳이 바로 브레겐츠 페스티벌 '토스카' 무대였기 때문이다.

많은 화제를 낳았던 브레겐츠 오페라 페스티벌의 무대, 한번 감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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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Q] 호수 위의 오페라…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페스티벌]

실험적이고 환상적인 볼거리에, 호수 위로 지는 해가 빚어내는 감동은 브레겐츠만의 차별화 포인트가 되었다. 우리에게도 세계인의 주목을 끌 만한 문화상품거리가 많다. 다만 우리의 시각에 국한된 우리만의 축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콘텐트를 기획해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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