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세계인이 참가하는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다. 내년 2월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강원도 평창군도 세계의 시선을 받는다. 하지만 올림픽을 불과 200여일 앞둔 지금까지 평창에선 '먹고, 놀고, 구경하는' 올림픽의 즐거움을 누리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150여만명이 올림픽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금 같은 상황이면 평창이 동계올림픽 메인 시티(main city)가 아닌 '조연'으로 밀려날지도 모른다.
지난 18~19일 찾은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에선 망치질 소리와 트럭 흙먼지가 끊이지 않았다. 손님맞이를 위해 곳곳에서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곳에선 내년 올림픽 개·폐회식과 주요 설상·썰매 종목들이 열린다. 횡계로 진입하는 도로엔 회전 교차로가 설치되고 있었고, 번화가의 주요 식당과 상점 10여곳 바깥에는 철골 구조물이 서 있었다. 근로자 김모(52)씨는 "영업 중 공사하는 것에 대한 상인들의 불만도 있지만 '빨리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매일 작업하고 있다"고 했다.
강원도는 오는 11월 말까지 올림픽 환경 개선 작업이 끝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림픽에 쓰일 경기장의 평균 공정률은 21일 현재 97%를 넘었다.
하지만 내실이 다져지는 속도는 달팽이걸음이다. 횡계 지역에는 외국인들이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이 4~5개에 불과하다. 숙박업소는 평창 전체로 넓혀 봐도 4900여실이 전부다. 몇 안 되는 고급 호텔과 리조트 등은 대회 관계자들용으로 모두 예약돼 있다. 이 지역 신축 오피스텔이나 펜션의 올림픽 요금은 1박에 40만~50만원까지 뛰어올라 바가지요금 논란이 일고 있다.
강원도는 평창에서 경기를 본 관광객들을 속초·삼척·동해·양양·원주·횡성으로 분산 수용한다는 계획이다. 평창을 올림픽의 '얼굴'로 만드는 건 반쯤 포기한 셈이다. 대관령면 김건호 상인연합회장은 "이대로 대회를 맞으면 올림픽 손님들이 경기만 보고 썰물처럼 외지로 빠져나갈까 걱정된다"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금이라도 국내·외 사례를 연구해 평창을 올림픽 도시답게 가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시간이 촉박하지만 최대한 많은 사람이 평창에 머물며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호텔관광학회 이재형 교수(상지대)는 독일 뮌헨의 세계적인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옥토버페스트는 도시 공터에 설치된 대형 천막 형태의 임시 건물에서 열린다. 보름 동안 600만명이 찾는다. 축제 준비에 걸리는 시간은 단 석 달이다. 허허벌판이 순식간에 글로벌 관광지로 변신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천막 축제장은 식사·숙박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 시설"이라며 "설치 기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 만큼 이를 잘 활용해서 관광객을 붙잡으면 평창이 올림픽 메인 시티로서 면모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숙박 문제도 간이 시설로 대응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강원도와 평창에선 "올림픽이 끝나면 공실이 될 호텔급 대형 숙소를 세우는 건 예산 낭비이자 비현실적"이란 반응이 많았다. 지난 2015년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 당시 문경시는 컨테이너형 이동식 카라반(캠핑 시설) 350개를 개조해 선수 숙소로 사용, 단숨에 숙박 문제를 해결했다. 이 사업에 들어간 돈은 고작 35억원 정도였다. 평창에 겨울용 캠핑촌이나 글램핑(고급형 캠핑) 텐트촌을 두는 방안도 고려 대상이다. 이 교수는 "간이 시설이라고 해서 무작정 설치하기보다는 한국이나 평창 지역의 문화를 나타낼 수 있는 콘텐츠를 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문제는 '평창 살리기 프로젝트'를 하기에 평창군 혼자서는 힘에 부친다는 점이다. 평창군은 올림픽 예산으로 약 240억원을 국고에서 지원받았지만 애초 계획의 3분의 1 수준이다. 평창군 관계자는 "이 돈으론 현재 하고 있는 환경 개선 사업도 제대로 마치기 힘들다"며 "홍보 활동 같은 건 꿈도 못 꾸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