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ti라는 단어가 있다. 영한사전에 없는 이 단어의 발음은 [fɪʃ]로 언어학자가 의도해서 만든 예시 중에선 매우 유명하다. 이 단어는 영어철자개혁운동 진영에서 널리 회자되다가 버나드 쇼가 언급한 뒤로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단어가 되었다.
영어의 철자-발음 불일치가 너무 심해서 fish를 ghoti로 쓸 수 있다는 농담으로 여기엔 재미있는 설명이 붙어있다. tough의 gh[f], women의 o[
ɪ
], nation의 ti[
]를 가져오면 fish[f
ɪʃ
]는 ghoti로 써도 된다는 얘기다. 비일관적인 영어의 발음 및 철자 표기법을 비꼬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다. 물론 의미는 그냥 물고기다.
발음과 철자의 불일치는 어떤 언어에나 있고 그중 영어는 유별나게 심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철자를 확인하기 위해 사전을 찾아본다. 그리고 나는 웹사전을 만들면서 그 데이터를 볼 수 있다. 웹사전에서는 자동 철자 교정 규칙을 만들고 통계적인 기법 등을 적용해 개선해나간다. 기술마저 비켜나가는 경우 내가 손으로 개별 처리를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ability를 찾기 위해 사람들은 abilit, abilitie, abillity, abilty, ablilty, ablity를 입력했고 efficiency를 찾으려고 effeciency, efficancy, efficency, effiency 등을 넣었다. 불안해하며 검색했을 개인들의 고충도 애달프지만 그 결과를 모아놓으니 애달픔이 더 크게 느껴진다. 한국어라고 왜 아니겠는가. 와닿다에 닿기 위해 와닫다, 와닺다, 와닷다, 와다았다, 와닸다, 와닫는, 와닻다 등을 그렇게 두드렸으며 세뇌와 뇌쇄의 혼돈 속에서 사람들은 쇄뇌, 새뇌, 쇠놰, 쇄놰, 쇠뇌, 쇠놰, 쇄네, 쇠내 등을 떠올리며 괴로워했다.
그러니까 철자 모른다고 실망할 것 없다. 영어 화자들에게도 영어 철자는 어렵다. 한국어 화자도 한국어 맞춤법은 어렵다. 모를 때 찾아보지 않는 것, 그 하나가 부끄러울 뿐이다.
※8월 일사일언 필자는 정철 기획자를 비롯해 박미정 환기미술관장,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신수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자, 신상목 전 주일 대사관 1등서기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