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고 싶은 게 있다는 건 안 좋은 거야?"(보노보노)
"당연하지. 되고 싶은 게 있다는 건 지금의 자신이 싫다는 거잖아"(너부리)
일본 만화가 이가라시 미키오(62)가 1986년부터 그려온 4컷 만화 '보노보노'는 세계적으로 1000만 부 넘게 팔렸다. 새끼 해달 보노보노와 동물 친구들은 잠언(箴言) 같은 대사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누군가를 이해할 수 없다면 억지로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 "어른이란 재미없어지는 것도 견딜 수 있는 사람이다" "없어도 곤란하지 않다면 필요 없는 것". 보노보노 팬들이 꼽는 명대사들이다. 일본에서는 2012년 만화 속 대사를 모아 '보노보노 명언집'이 나왔을 정도. 김신회(39) 작가가 보노보노에서 소재를 얻어 쓴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놀)는 이런 만화 속 명대사와 함께 본인의 에세이를 엮었다. 지난 4월 출간 후 8만 부 넘게 팔렸다.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참석차 한국을 찾은 보노보노의 '아버지' 이가라시, 그에게서 영감을 얻은 김신회 작가와 지난주 마주 앉았다.
"저 자신은 사실 굉장히 서두르는 타입이에요. 아주 천천히 여유롭게 생활하는 보노보노는 사실 저의 이상향인 듯합니다. 사람들도 그 점에 매력을 느끼는 게 아닐까요."(이가라시)
"몇 년 전 SNS에서 '보노보노' 명대사를 보고 뒤늦게 만화에 빠져 책까지 내게 됐습니다. 만화는 묵묵히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들을 위로한다고 생각합니다."(김신회).
삶의 진실 일부를 전달하는 대사로 인기지만, 이가라시는 "누군가가 기뻐할 멋진 말만 넣으려고 노력했다면 지금까지 보노보노를 그리고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고민해서 찾은 답을 만화로 표현하려고 애썼을 뿐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려고 그린 작품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너무 열심히 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살기 바라는 마음이 핵심 주제"라고 했다.
보노보노를 연재하기 직전 이가라시는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우연히 TV에서 해달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리고 '내 이야기에 관심 가질 사람이 어딘가엔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그리기 시작한 만화가 '보노보노'다. 김신회 작가도 비슷한 처지였다. 방송작가 출신으로 책을 몇 권 냈었지만 작가 생활을 계속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됐다. 그는 이 책 덕분에 다음 책을 또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두 사람은 새끼 해달 보노보노에서 계속 창작 활동을 할 힘을 얻은 셈이다.
"즐거운 일은 끝나지만, 괴로운 일도 반드시 끝난다." 두 사람이 꼽은 '보노보노' 속 단 한 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