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1879~ 1910) 의사가 1909년 10월 26일 만주 하얼빈역에서 을사늑약의 원흉인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던 모습을 담은 동상이 경기 의정부시에 세워졌다. 중국 정부가 대외 정책을 수립할 때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민간단체에서 제작한 이 동상이 경색된 양국 관계를 푸는 열쇠가 될지 주목받고 있다.
의정부시는 8일 의정부역 앞 광장 근린공원에 민간단체인 차하얼(察哈爾)학회로부터 기증받은 안 의사의 동상을 설치했다. 2.5m 높이의 청동 재질로, 안 의사가 달려가며 품 안에서 권총을 꺼내는 형상이다.
시는 이미 지난 5월 중순 인천항을 통해 동상을 국내로 들여왔으나 사드 배치, 북핵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갈등과 맞물려 설치 시기를 잡지 못했다. 지난 4일 차하얼학회로부터 반입 사실을 공표하고 설치해도 좋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의정부시에 따르면 2013년 6월 중국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 하얼빈역에서 역사의 흔적이 사라진 것을 안타까워하자 시 주석이 하얼빈역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과 동상을 만들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하얼학회는 쌍둥이 동상을 만들어 하나를 한국에 기증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전해졌다.
차하얼학회는 2009년 중국 정·재계와 학계에 영향력이 있는 한팡밍(韓方明) 학회 주석의 주도로 창설됐다. 이 학회는 앞서 같은 디자인의 소형 동상을 안중근 의사 숭모회 등에 기증하기도 했다.
의정부시는 2015년부터 차하얼학회와 '한·중 평화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안병용 의정부 시장이 이를 계기로 동상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 성사시켰다고 한다. 의정부시는 중국에서 제작한 안 의사의 동상이 국내에 세워지는 것을 계기로 중국 관광객이 늘어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