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이노우에 다케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 | 각 권 5000원(총 31권)
온 힘을 다해 내리꽂는 강력한 덩크슛. 슬램덩크(Slam Dunk)는 만화 제목인 동시에 전율의 동의어이며, 멎어 있던 심근계에 거센 박동을 점화하는 제세동기라고 알려져 있다.
일본 만화가 이노우에 다케히코(50)가 스물세 살 때 발표한 '슬램덩크'는 1990년부터 6년간 연재됐고 일본에서만 1억2000만 부 이상 팔려나갔다. 국내엔 1992년 소개돼 몇 차례 개정판을 거쳐 현재 누적 판매 1000만 부를 넘어섰다. 이미 스포츠 만화의 정전(正傳)이 된 이 작품을 구구절절 소개하는 것이 조금 남사스러운 일일 수 있다. 신장 188㎝ 천둥벌거숭이 북산고 1학년 강백호가 농구부에 들어가 동료를 얻고 승부를 겨뤄나가는 성장의 기록. "왼손은 거들 뿐" "포기하면 거기서 시합 종료야" 같은 명대사를 적중시키며 성장기 독자의 영혼에 지워지지 않는 손바닥 자국을 남겼다. 그러니 이 만화를 읽은 전국 청소년들이 왜 갑자기 눈시울이 빨개지고, 용돈을 털어 조던 농구화를 구매하고, 운동장 흙바닥으로 뛰쳐나가야 했는지 묻지 마시라.
캐릭터는 이 만화를 스테디셀러로 밀어올린 근원적인 힘. 잠재력으로 무장한 신출내기 강백호, 극단적 에이스 서태웅, 돌아온 탕아 불꽃남자 정대만, 착하고 아리따운 매니저 채소연…. 아귀가 딱딱 맞는 이 한국식 이름은 왜색을 덜어내기 위해 당시 '슬램덩크' 담당 편집자였던 장정숙(48)씨가 붙인 것이다. 장씨는 "고등학교 졸업앨범을 뒤져가며 친구들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말했다. 그러니 송태섭·채치수·윤대협과 같은 불멸의 이름은 지극히 현실인 것이다. 사쿠라기 하나미치(櫻木花道·강백호), 루카와 가에데(流川楓·서태웅)는 정서적으로 너무 멀리 있다.
만화의 감동은 아무래도 이들의 땀이 마찰하며 피워올리는 뜨거운 체취에서 오는 것 같다. 다크호스 북산고와 지난 대회 우승팀 산왕공고의 전국대회 2차전 경기. 종료 직전, 1점 차로 뒤진 북산고의 서태웅이 개인 돌파를 시도하다 난관에 부딪힌다. 수비수들 틈으로 앙숙 강백호를 본다. "왼손은 거들 뿐." 읊조리던 강백호가 패스를 넘겨받아 역전 점프슛을 성공시킨다. 온 힘을 다해 부딪치는 두 남자의 첫 하이파이브. 비록 강백호는 큰 부상을 입고, 북산고는 다음 경기에서 맥없이 패배해버리지만, 이 만화의 진앙은 승리에 있지 않으므로 관계가 없다. 그들은 좌절하지 않으며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