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각 지자체는 자전거 이용을 장려하겠다는 취지로 2007년부터 약 90억원을 들여 자전거 전용 주차장 18곳을 만들었다. 이 중 14곳은 이용자가 직접 자전거를 세우고 개인 자물쇠를 채우는 '자주식' 주차장이고, 4곳은 자전거를 주차장 입구 레일에 올려놓으면 자동으로 주차가 되는 '기계식' 주차장이다. 그런데 회원 가입 절차가 필요 없는 일부 주차장에 버려지는 자전거가 많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9일 구로구 신도림역 2번 출구 옆에 있는 자전거 주차장을 찾았다. 서울시와 구로구가 2008년 5억2000만원을 들여 지상 2층(면적 505㎡)으로 지은 이곳은 자전거 430대를 수용할 수 있다. 주차된 400여대 자전거 중 100여대엔 먼지가 내려앉아 있었다. 바퀴 사이와 손잡이에 거미줄이 쳐져 있거나 안장이 뜯겨 나간 자전거도 여럿 눈에 띄었다. 관리인은 "오래 방치된 자전거들 때문에 정작 주차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이 이용하지 못한다는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면서 "방치된 자전거를 치우면 누군가 다른 자전거를 버린다"고 했다. 개인이 자전거를 폐기하려면 주민센터에서 2000~4000원에 폐기물 처리 스티커를 구입하고, 이를 자전거에 붙여 내놓아야 한다. 이런 과정이 번거롭거나 비용을 부담하기 싫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주차장에 무단 폐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지하철 4호선 수유역 자전거 주차장에 구청장 명의로 견인 딱지가 붙은 자전거가 여러 대 놓여 있다. 서울시와 각 자치구가 만든 일부 자전거 전용 주차장에 자전거들이 많이 버려져 정작 주차해야 할 자전거들이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딱 하루 운영한 서울시 10억짜리 '워터슬라이드']

주차장 한쪽 구석엔 '10일 이상 동일 장소에 무단으로 방치된 자전거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20조에 의거해 강제 처분하게 된다'는 안내문이 있었다. 구로구 관계자는 "고지문을 붙여놨다가 열흘쯤 지나도 주인이 찾아가지 않으면 치운다"면서 "간혹 몇 달 만에 나타나 '자전거를 돌려 달라'고 따지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구로구청은 신도림역·개봉역 자전거 주차장에서 버려진 것으로 보이는 자전거를 연간 1000대 정도 처분한다. 이후 14일 동안 홈페이지를 통해 수거 사실을 고지하고, 그래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지역자활센터에 한 대당 평균 1800원꼴로 판다. 구청은 1년 안에 주인이 나타나면 이 돈을 돌려준다고 한다. 규정상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지만 막무가내로 '물어내라'고 하는 주인이 있어서다.

지난 10일 오후 4시 수유역 자전거 주차장엔 자전거 260여대가 세워져 있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총 656대를 주차할 수 있으니 40% 정도만 활용된 셈이다. 관리인은 "지하는 여름에 습기가 차고, 3~4층은 올라가기 불편해서 사람들이 싫어한다"고 했다. 서울시내 자전거 주차장 18곳 중 가장 많은 예산(약 40억원)을 들인 이곳은 다른 자전거 주차장과 달리 요금(두 달까지 월 3000원·세 달째부터 월 2000원)을 내야 한다.

자전거 주차장을 운영하는 구청들은 대개 연간 수백만원에서 1500만원 안팎을 유지·운영비로 쓴다. 한 구청 관계자는 "일본은 주차장이 거의 유료인데, 우리는 대부분 무료로 쓸 수 있도록 구민에게 서비스한다"면서 "적어도 자전거를 버리거나 무책임하게 방치하는 일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