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년의 역사를 자랑했던 휴렛팩커드가 HP주식회사(NYSE: HPQ)와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NYSE: HPE)로 분사한 지 2년 만에 두 기업의 운명이 뒤바뀌었다.

블룸버그는 22일(현지시각) “휴렛팩커드의 분사 직후 성장이 기대됐던 HPE는 지난 12개월 동안 5.3% 상승에 그쳤지만, HP의 주가는 29%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년 간 HP(주황색 그래프)와 HPE(파란색 그래프)의 주가 변동 추이

지난 2015년 당시 휴렛팩커드의 맥 휘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부진에서 탈피하기 위해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HPE와 PC 및 프린터 사업 부문 중심의 HP로 회사를 나눴다.

분사를 결정한 2014년 이후부터 1년간 휴렛팩커드의 주가는 27% 이상 떨어졌다. 이에 맥 휘트먼 CEO는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고객에 집중하고자 HPE를 따로 분리했다.

HPE는 2015년 11월 2일 기업용 소프트웨어·서버·네트워킹 등 기업 고객용 IT 인프라 서비스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 부문과 HP의 5배가 넘는 종업원 25만2000명을 거느리고 뉴욕증시에 첫발을 디뎠다.

하지만 1년 뒤부터 HP와 HPE는 희비가 갈렸다. HP는 전 세계적인 개인용 PC 판매 감소세에도 고급화 전략을 택해 수익을 확대했다. HP는 2016년 회계연도 4분기 PC 매출을 4% 증가시키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저가 가격경쟁보다 수익성 위주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소신이 통했다. 2016회계연도 4분기 HP의 매출액은 PC 판매 호조에 힘입어 전년 대비 2% 상승한 125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HPE의 같은 분기 매출은 7.2% 감소해 당초 월가의 시장전망치에 미치지 못했다. 당시 HPE 순이익은 76% 급감했다.

지난해 4월 HP APG 퍼스널시스템사업부 아넬리스 올슨 부사장은 “PC 시장이 정체 또는 소폭 감소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성장할 수 있는 분야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5년 만에 이미징 및 솔루션 사업부 등 사업 전반의 성장세를 기록한 HP는 3D 프린터 분야에 투자를 늘리는 등 인공지능, 머신러닝과 같은 유망한 신규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디온 와이슬러 HP CEO가 최근 삼성 일렉트로닉의 프린터 사업에 약 10억달러 투자를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증권사 에드워드 존스의 데이비드 헤거 애널리스트는 “HP는 PC와 프린터 부문에서 놀라운 성장세를 유지해왔지만, HPE는 기대했던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HPE의 성장 부진은 부품 가격 상승 이외에도 아마존 등 쟁쟁한 IT 기업들과 함께 클라우드 시장 내에서 경쟁해야 하는 위험 요인 탓이다.

HPE의 2017회계연도 1분기 매출액은 시장전망치인 121억달러에 못미치는 114억달러였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10% 이상 축소된 규모다. 올해 2분기 매출은 약 36억달러로 급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