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심 재판부가 뇌물 혐의에 대한 유죄의 근거로 제시한 '묵시적(默示的) 청탁' 때문이다.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두고 명시적(明示的)으로 부정 청탁을 주고받은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사람이 부인하고 있고, 독대 등을 녹취한 자료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묵시적 부정 청탁'은 인정할 수 있다면서 유죄를 선고했다. 경영권 승계에 관한 부탁과 승낙이 있었다는 물증이나 당사자의 진술이 없다고 해도 이 부회장은 박 대통령이 도와줄 걸로 알고 정유라씨 승마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지원했고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지원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판사 출신 변호사는 "특히 제 3자 뇌물죄를 적용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부분의 경우 '부정한 청탁'은 처벌을 위해 필수적 요건이기 때문에 명확히 인정돼야 한다"며 "게다가 재판부가 명시적 청탁이 아닌 묵시적 청탁을 유죄 이유로 들었다면 판결에서 좀 더 객관적인 증거로 뒷받침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법조계에선 단순뇌물죄가 적용된 '승마지원' 부분은 반드시 부정한 청탁이 입증되지 않아도 대가관계 입증을 통한 유죄선고가 가능하다는 말도 나온다.

재판부가 '최순실씨와 박 전 대통령이 뇌물 수수를 공모했다'며 최씨가 받은 돈을 박 전 대통령이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본 것도 논란 대상이다.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 돈을 받은 경우 공무원에게 직접 뇌물죄를 인정하려면 두 사람이 생계를 같이할 정도로 밀접한 관계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경제적 공동체'인지가 관심 대상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모관계가 인정되면 두 사람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그래서 최씨가 받은 돈이 박 전 대통령에게 한 푼도 가지 않았어도 뇌물죄가 된다는 것이다. 서정욱 변호사는 "공무원 아닌 사람이 돈을 받으면 좀 더 요건이 까다로운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공모'만으로 처벌 범위를 확대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공모'를 인정했는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오래전부터 친분관계를 맺어 왔고, 이 부회장과의 독대에서 승마지원이 미흡하다며 강하게 질책했다"고 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증인신문도 이뤄지지 않아 충분한 심리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