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새싹(구독자 애칭)들~ 루리에요” 귀를 사로잡는 인사말과 함께 그녀는 영상의 시작을 알린다. 세상 풍파를 모를 것 같은 천진난만함과 함께 맛있게 음식을 먹는 먹방 콘텐츠가 주된 내용이다. 과거 아프리카 방송에서도 활약했던 크리에이터 이루리(23ㆍ본명 장서현)다.
그동안 다양한 콘셉트의 유튜버들이 많았지만, 순수함과 천진난만함으로 어필한 사람은 별로 없다. 몇 안 되는 스타 중에 이루리가 있다. 예상을 뒤엎는 순수한 모습으로 혹시 의도된 순수함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았을 정도다.
순수한 방송을 내세운 것은 한결같았지만, 다루는 내용은 꾸준히 달라졌다. 2015년 첫 데뷔 당시에는 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시청자와 소통하는 방송을 진행했다. 이후 2015년 아프리카에서 유튜브로 활동반경을 바꾼 뒤에는 어린이 대상 콘텐츠를 만들었다. ‘루리 토이랜드’라는 이름으로 장난감 리뷰 등을 하면서 수백만건의 클릭을 이끌어 냈다. 작년에는 햄스터 육아일기와 실험 영상 등을 만들었으며, 최근에는 ‘먹방과 일상’으로 ‘전공’을 바꿨다.
유튜버 ‘이루리’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대화를 나눠봤다. 이하는 그녀와의 일문일답.
-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먹방 스타인데 이전 영상을 살펴보니 장난감 콘텐츠도 했다.
"처음 데뷔 당시 어린 꼬마들이 좋아할 것 같은 이미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콘텐츠를 만들 때 어린이들을 겨냥한 장난감 영상을 만들었다. 어린이 영상의 특성상 다소 과장되거나 어리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하지만 촬영을 하면서 나의 본연의 모습이 아닌 작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게 힘들었다. 지금은 영상을 찍고 싶으면 잠옷 차림으로 카메라를 켜고 바로 영상을 찍기도 한다. 좀 더 자유롭게 영상 활동을 할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
- 사용하는 예명인 이루리는 어디서 따왔나.
"'내가 원하고 소망하는 것을 이루리'라는 뜻에서 따왔다."
- 최근 영상에서 본인의 거식증 고백을 해 화제였다.
"인터넷 방송을 시작하고 '통통해 보인다'는 이야기와 함께 악플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실제로는 말랐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방송에서는 얼굴이 통통하게 보인 것 같다. 스트레스로 인해 방송 시작 후 3개월 반만에 39kg까지 빠졌다. 음식을 넘기기 힘들 정도였고, 체중에 대한 강박증이 생겨 무리하게 운동을 했다. 결국 증상이 악화돼 폭식을 하고 음식물을 게워내는 상황까지 닿게 됐고 병원에서 '거식증' 진단을 받았다."
- 지금은 어떤 상태인가.
"주변의 도움으로 완치가 된 상태다. 지금은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며 먹방 콘텐츠도 촬영하고 있다."
- 그래서 거식증을 앓았던 사실을 고백했나.
"누군가 나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내 이야기로 누군가 거식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영상을 촬영하게 됐다. 물론 거식증 판정을 받았던 사실을 드러내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 인기만큼 악플도 많은 편이다. 대처하는 방법이 있나.
"악플을 보면 속상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악플이라기보단 영상을 위한 피드백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려 한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 왜 유튜버가 됐나.
"처음에는 아프리카에서 시작했다. 1인 방송의 선구자인 대도서관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의 방송을 보면서 나도 해보고 싶어 입문했다. 이후 많은 방송 진행자들이 유튜브로 전향하는 것을 보고, 나 역시 유튜브를 통해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 콘셉트를 정할 때 참고한 유튜버가 있나.
에반튜브(키즈 크리에이터)라는 해외 유튜버의 콘텐츠를 참고했다. 국내에서는 좀 생소할 수 있지만 굉장히 유명한 유튜버다. 키즈채널을 운영하며 구도나 색감을 잡을 때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는 자신이 리뷰한 장난감을 모두 기부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 모습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고민은 무엇인가.
"자퇴를 고민 중이다. 유튜버를 부업이 아닌 '직업'으로 여기고 있다. 예고를 나와 미대에 입학했는데 콘텐츠 범위가 넓어질수록 학업과 병행하기 힘들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아직 결정을 한 건 아니지만 당분간은 유튜브에 매진할 생각이다.
-다양한 시도가 인상 깊다. 앞으로 제작하고 싶은 콘텐츠는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궁극적으로 많은 사람이 나의 소소한 일상 영상을 보고 행복과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