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영 SBS 회장, 재허가 심사 두 달 앞두고 사퇴]
SBS 윤세영 회장이 11일 "SBS 회장과 SBS 미디어 홀딩스 의장직을 사임하고 소유와 경영의 완전 분리를 선언한다"고 담화문을 내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대주주인 윤 회장이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순수한 경영상 판단이나 경영 실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의로 물러난 것이라면 이만큼 화제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순수한 자의(自意)가 아니라는 정황이 없지 않다. 지난 5일 SBS 노조는 윤 회장이 보도국 간부들을 부른 자리에서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폭로하면서 SBS 대주주인 윤세영·윤석민 부자의 퇴진을 요구했다. 윤 회장은 이날 사퇴 담화문에서 "부득이 절대 권한을 갖고 있던 당시 정권의 눈치를 일부 봤던 것도 사실"이라고 이를 시인하는 듯한 언급을 했다.
방송은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3~5년마다 정부로부터 재허가를 받기 때문이다. SBS는 오는 11월 재허가 심사를 앞두고 있다. SBS가 박근혜 대통령 시절 눈치를 봤다면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 눈치를 보고 있을 것이다. 실제 칼자루를 쥔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달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보도·제작의 중립성과 자율성, 방송의 지배구조 등을 중점 심사하겠다"고 했다. SBS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재허가 취소 직전까지 간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상당한 압박을 느꼈을 것이다. 윤 회장으로선 미리 물러나는 게 상책이라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최근 민주당 전문위원실은 KBS와 MBC의 사장과 야당 측 이사진을 압박해서 몰아낼 내부 문건을 만들었다. KBS와 MBC 노조는 사장과 경영진 사퇴를 주장하며 파업 중이다. MBC 사장에게 긴급 체포영장이 발부되는가 하면, 안팎의 압력에 못 이겨 MBC 방송문화진흥회의 야당 측 이사가 임기도 못 마치고 사퇴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SBS도 적폐'라며 공격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나온 SBS 회장 사퇴 소식이어서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