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와의 하룻밤' '그녀. 형의 여자… 절대 탐하지 마라' '속도위반' '은밀한 관계'….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웹소설(인터넷 연재 소설) 코너에 올라와 있는 작품 제목이다. 이 소설들은 별도 인증 절차 없이 읽을 수 있다.
며칠 전 초등학교 5학년 딸을 둔 한 주부는 딸의 스마트폰을 보고 놀랐다. 딸이 읽고 있던 웹소설 제목은 '날 가져요'. '뒹구는 일만 남았네. 그녀 머리 위로 위험한 녹색 등이 반딧불처럼 켜진다' 같은 성적(性的) 장면을 암시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어린이도 볼 수 있는 포털 사이트 웹소설이 지나치게 노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페이지'에선 '길들여지지 않는 아내' '부인 없인 잘 수 없어' 등의 웹소설이 올라와 있다. 네이버 웹소설엔 '내 하반신 사정을 아는 게 이상하잖아' '속옷은 역시 검은색' '모르는 남자와의 야릇한 하룻밤' 같은 소제목을 단 글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네이버 웹소설은 모든 작품을 누구나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전 연령층이 볼 수 있다. 웹소설 전문 사이트가 '전체 이용가'와 '성인용'을 구분해 서비스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이런 웹소설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네이버 웹소설은 한 달 한 번 이상 방문하는 독자가 지난해 500만명을 돌파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여러 관련법을 참고해 자체 규정을 만들어 엄격히 적용 중"이라며 "창작과 외설의 경계선을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기준이 다양해 작가의 창작 의도를 최대한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제재하고 있다"고 했다. 정식 연재가 아니고 사람들이 시범적으로 올리는 웹소설은 이런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다.
"아이들도 볼 수 있는 건데 제목과 내용을 순화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터넷에 '요즘 네이버 웹소설 수위'라는 제목으로 웹소설의 선정성을 지적하는 게시물이 올라온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웹소설은 현실과 허구를 판단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왜곡된 성 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 미성년자들이 선정적인 웹소설을 보지 못하도록 최소한의 조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