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이 선정된 것은 핵 도발 위협으로 전 세계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북한에 대한 경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벨위원회 베릿 라이스 안데르센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 같은 많은 국가가 핵무기를 보유하려 시도하는 등 실재적 위험이 존재한다"며 "ICAN은 핵무기 사용으로 인한 재앙적 결과에 주의를 기울이고 핵무기 금지를 달성하기 위해 획기적인 노력을 했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주요 외신들도 이번 노벨평화상이 북한을 겨냥한 것이란 점에 주목했다. AP통신은 "북핵 당사자들에게 '(국제사회가)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평가했고,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북한의 교착 상태로 냉전 이후 핵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심각한 가운데 수상자 선정이 이뤄졌다"고 했다. CNN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국의 '이란 핵 합의' 탈퇴 움직임으로 국제적 긴장이 높아진 상황이 (수상자 선정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 회원들이 지난달 13일 독일 베를린의 미 대사관 앞에서 핵무기 반대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가면을 쓴 인물이 미사일 모형 위에 올라탄 모습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가면을 쓴 인물이 지켜보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ICAN은 2007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정기총회 기간 중 결성됐다. 1997년 121개국 서명으로 채택된 '오타와 협약(대인 지뢰 전면금지 협약)'을 이끌어낸 국제적 시민운동에서 영감을 얻어 출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ICAN은 지난 7월 유엔이 찬성 122표 대 반대 1표로 핵무기금지조약을 채택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 조약은 1968년 채택된 유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대체하는 것으로 핵무기 개발과 비축은 물론 기존 핵무기의 '전면 폐기'를 요구하는 내용까지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그렇다 보니 공식적 핵보유국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뿐 아니라 사실상 핵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 북한, 이스라엘 등이 동참하지 않아 '반쪽 조약'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한국과 일본도 북한 핵 개발에 대한 억지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현실적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혔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또한 같은 취지로 거부했다. 이 때문에 조약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 조약에는 현재 53개국이 서명했고, 이 중 태국과 가이아나, 바티칸 등 3개국만 국내 비준을 완료한 상태다.

핵무기금지조약에 동참하지 않은 국가들은 ICAN의 수상 소식에 다소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노벨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만 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 조약은 핵 확산과 안보 위협을 해결하는 기존의 노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며 "미국은 다른 국가들과 협력해 핵 군비 축소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6일(현지 시각) 노벨 평화상 수상 소식을 들은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 대표단이 단체의 깃발을 들어 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가운데가 베아트리체 핀 ICAN 사무총장.

이에 대해 노벨위원회는 "올해 평화상은 핵무기 보유 국가들에 이들이 보유 중인 1만5000여 개에 이르는 핵무기를 제거하기 위한 진지한 협상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했다. ICAN의 베아트리체 핀 사무총장은 수상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핵무기 보유는 물론 핵무기 사용 위협도 불법"이라며 "둘 다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핵무기 개발에 속도를 내는 북한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완전 파괴'를 언급한 것을 같이 비판한 것이다. 핀 사무총장은 "핵무장 국가와 안보를 이유로 핵무기에 의존하는 국가들에 (핵 무기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전달되길 바란다"고 했다.

노벨위원회는 오래전부터 핵무기 방지 문제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핵무기 감축 노력 등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앞서 2005년엔 IAEA와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이, 1985년엔 핵전쟁방지국제의사회(IPPNW)가 각각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노벨상 창시자인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오는 12월 2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