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농구 팬들은 그를 '순정남'이라 부른다. 2004년 프로농구(KBL)에 데뷔한 양동근(36)은 올해로 12시즌째 울산 모비스 한 팀에서만 뛰고 있다.
데뷔 초부터 그를 따라다녔던 여고생 팬들 중에선 '오빠, 저 이제 결혼해요'라며 청첩장을 보내는 팬도 생겼다. 팀 막내였던 양동근은 현재 팀 최고참이자 주장으로서 책임감이 생겼다. 매경기가 끝난 후 그의 얼굴은 늘 땀 범벅이 된다.
그의 '지독한 순정'은 기록이 증명한다. 그의 경기당 평균 출전 시간은 11시즌 계속 30분(농구는 40분 경기임)을 넘었다. 2015~2016시즌엔 KBL 출전 선수 중 가장 많은 평균 36분28초를 뛰며 모비스를 이끌었다. 쟁쟁한 20대 선수들을 제치고 KBL '체력왕'으로 인정받았다. 그가 프로 무대에서 뛴 출전 시간만 1만8029분이다.
양동근은 체력 비결에 대해 "따로 챙겨 먹는 보양식도 없고 개인 특별 훈련도 안 한다"며 웃었다. 그는 "처음 농구를 시작할 때부터 가족을 생각하며 이 악물고 버텼다"고 했다. 양동근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농구 선수가 꿈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기가 막혀 했다. "넌 키(당시 135㎝)가 작아서 농구로 성공하기 힘들다"며 결사반대했다. 택시 기사인 아버지 월급으로 아들 운동 뒷바라지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부모님은 3년 넘게 아이를 따라다니며 말렸지만, 결국 아들의 설득에 넘어가고 말았다. 양동근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농구부가 있는 대방초등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본격적으로 코트에 섰다.
양동근은 "제 고집에 못 이긴 아버지가 그때 처음 고급 농구화를 사주셨다"고 했다. 이후 아버지는 밤늦게까지 택시를 몬 후에도 아들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코트를 찾는 열성 '농구 대디'가 됐다.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양동근은 '농구로 성공해서 효도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용산고 입학 시절만 해도 여전히 168㎝에 불과해 수비 전문 식스맨(후보)으로 뛰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키도 뒤늦게 크기 시작했고, 한양대 시절까지 계속 자라 지금의 181㎝가 됐다고 한다. 대학 시절엔 주 무기인 정확한 슛과 날카로운 패스로 포인트 가드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프로 무대 첫 시즌에서 평균 11.5점, 6.1어시스트로 신인상을 차지했다. 이후 KBL 통산 개인 최다 정규 리그 MVP(4회)를 휩쓸며 국내 최고 포인트 가드로 성장했다. 그는 팀의 리그 우승 4회, 챔피언 결정전 우승 5회를 이끌며 지난해 'KBL 20년 레전드 12'에 선정되는 영광도 누렸다.
양동근은 올해는 대표팀 명단에 빠졌다. 그는 "이젠 실력도 출중한 후배들이 대표팀을 잘 이끌 거라 믿는다"며 "나도 이젠 소속팀에 모든 걸 쏟아붓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농구를 해온 날보다 앞으로 농구를 할 수 있는 날이 적은 만큼 팬들에게 가장 많이 뛰는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며 "올 시즌까지 2만분 동안 코트 위를 뛰어다니면 '농구 도사'쯤은 되지 않을까요"라고 웃었다. 양동근의 울산 모비스는 14일 오후 7시 부산KT와 시즌 첫 경기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