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에 따라 26일(현지시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과 관련한 기밀문서 2천891건을 공개했다. 하지만 국가안보 우려 등을 이유로 기밀을 해제하지 말아 달라는 미 중앙정보국(CIA)·연방수사국(FBI) 및 다른 연방기관들의 건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임에 따라 수백 건의 다른 문건들은 공개가 마지막 순간에 보류됐다. 사진은 이날 국가기록보관소가 공개한 관련 문서들 리스트.


미국의 35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범 리 하비 오즈월드가 범행 2개월쯤 전에 옛 소련의 정보기관 KGB와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인에 따라 26일(현지시각) 1963년 11월 22일 벌어진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사건과 관련된 기밀문서 2891건을 전격 공개했다. 문건 공개는 1992년 제정된 '케네디 대통령 암살기록 수집법'에 규정된 기밀해제 시한이 다 된 이날 오후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번 문서 공개로 그동안 온갖 음모설이 나돌던 케네디 전 대통령의 죽음과 오즈월드의 범행 동기 및 행적과 관련해 KGB 연결고리가 54년 만에 드러난 것이다.

공개된 기밀문서에 따르면 오즈월드는 범행 2개월여 전인 1963년 9월 28일 멕시코 주재 소련 대사관에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오즈월드는 소련 첩보기관인 KGB의 요원인 발레리 블라디미로비치 코스티코프 영사와 러시아어로 대화했으며, 미 중앙정보국(CIA)이 대화 내용을 도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즈월드는 이후 11월 22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영부인 재클린 여사와 함께 카퍼레이드를 하던 케네디 전 대통령을 권총으로 저격해 암살했다.

CIA는 암살 사건이 벌어진 후 오즈월드에 대한 살해계획 첩보도 입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밀문서에는 "에드거 후버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오즈월드 살해 전날 밤 범행이 진행되고 있다는 전화 한 통을 받았고 경호 강화를 지시했었다. 오즈월드가 병원에서 숨지기 전에 자백을 받으려고 했지만 그는 (자백을) 하지 않았다"고 언급돼 있다.

오즈월드는 케네디 전 대통령 저격 이틀 뒤인 24일 호송 도중에 댈러스의 나이트클럽 주인이었던 잭 루비에 의해 살해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밀문서 공개 전날 "오랫동안 기대했던 JFK(존 F. 케네디) 파일들이 내일 공개될 것이다.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 우려 등을 이유로 기밀을 해제하지 말아 달라는 CIA와 FBI 및 다른 연방기관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마지막 순간에 수백 건의 다른 문건들 공개는 보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 부처와 연방기관들은 특정 정보가 국가안보, 법 집행, 외교적 우려 때문에 수정 편집돼야 한다고 내게 제안했다"면서 "미국의 안보에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정보의 공개를 허용하는 것보다는 그런 수정 편집 작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