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고위 임원의 항소심 공판에서 박상진(64) 전 삼성전자 사장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이자 한국의 대표적 승마선수인 김동선(28)씨에게 “건방진 놈”이라고 질책했다는 일화가 쟁점으로 다뤄졌다.
이 부회장 측은 이에 대해 “(20대 후반인) 김동선씨가 (60대로) 아버지 뻘인 박 전 사장에게 반말을 써 박 전 사장이 참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일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의 항소심 공판에서 김종찬 전 승마협회 전무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이 조서엔 지난 2015년 4월 올림픽 승마 종목 출전권을 딴 한화그룹 셋째 아들 김동선씨가 당시 승마협회 회장이던 박 전 사장에게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면담을 요청했던 상황과 당시 면담 분위기 등이 담겨 있었다.
조서에 따르면 김종찬 전 전무는 “(한화그룹 셋째 아들) 김동선씨가 박 전 사장에게 안 좋은 감정이 있다”며 그 원인으로 지난 2015년 김동선씨와 박상진 전 사장의 면담 일화를 들었다.
김 전 전무는 “(2015년 4월 당시) 삼성전자 서초사옥 로비로 가니 이미 김동선씨가 (박 전 사장과의) 면담을 마치고 내려왔는데 (김동선씨가) 억제하지 못할 정도로 화가 많이 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무슨 일인지 묻자 김동선씨가 ‘(박 전 사장이) 선수가 협회장에게 면담을 요청한 것을 기분 나빠하면서 '건방진 놈'이라며 험한 욕을 해서 지원 문제는 꺼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김동선씨의 올림픽 진출은 승마 종목에서 8년 만에 있는 일로 승마협회 입장에서는 드문 경사였다.
특검팀은 이 일화를 박 전 사장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으로 있으면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만 지원을 집중한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정유라에게만 지원을 집중한 나머지 김동선씨에 대한 지원을 화를 내며 거부했다는 것이다.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전무는 “결국 (한화그룹 셋째) 김동선씨의 입장에서 (올림픽 진출로) 쾌거를 이뤘지만, 박 전 사장이나 승마협회가 지원을 소홀히 하자 불만을 가졌느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특검팀은 이날 법정에서 “피고인들이 비인기 종목인 승마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지원을 요구받고 (한화그룹 셋째) 김동선씨를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며 “하지만 올림픽 출전을 지원해야 한다면서도 김동선씨는 지원하지 않고 정유라씨에 대해 아주 많은 지원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김동선씨의 불손한 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 승마협회가 올림픽 지원에 소홀했던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그날 박 전 사장이 김동선씨에게 굉장히 화를 낸 것은 맞지만, 이는 김동선씨의 안하무인격 태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김 전 전무가 김동선씨로부터 받은 문자 내용을 지적하며 “(64세의) 박 전 사장은 (28세) 김동선씨의 아버지뻘인데 반말을 쓰고 있다”며 “김씨가 이런 태도를 보이자 박 전 사장이 참지 못하고 심하게 나무란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삼성이 회장사가 된 뒤 김동선씨 등에 대해 5000만원 지원이 집행됐다”며 “김동선씨의 요구는 이 5000만원 외에 추가적 지원요구였다. 하지만 이는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에서 지원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특검이 말하는 게 승마협회 차원의 지원이 아니라 삼성에서 김동선씨를 지원했어야 한다는 취지라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국내 굴지 기업의 3남인 그를 만약 삼성이 지원했다면 오히려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