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8회가 마지막인가요?" "16부작으로 만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지난달 종영한 KBS2 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의견들이다. 이 드라마는 1979년 대구를 배경으로 소녀들의 풋풋한 사랑을 그려 호평받았다. 4주 동안 매주 월·화요일에 편성돼 방영 기간이 일반 미니시리즈(16~20부작)의 절반 수준이었다. 그러자 시청자들이 아쉬움을 표했다.

tvN이 9월‘아르곤’방영에 앞서 페이스북에 올린 달력. 여덟 번뿐인 방영일이 표시돼 있다.

16~20부작을 두 달 정도에 걸쳐 방영하는 TV 미니시리즈 드라마의 '공식'이 깨지고 있다. 편성 기간이 점점 짧아지는 추세. 올 들어 방영된 드라마 중에도 8~12부작으로 편성된 작품이 많았다. tvN의 '써클'은 12부작, '아르곤'이 8부작이었고 KBS '고백부부'와 MBC '보그맘'도 12부작이다. 인터넷 동영상 업체 넷플릭스에서 내년 방영할 예정인 '킹덤'은 이보다 더 짧은 6부작이다.

이처럼 짧은 드라마는 가볍고 코믹한 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들어 장르가 다양해지고 있다. 짧은 만큼 전개가 빠르고 긴장감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써클'은 2037년의 세계가 일반 지구(地球)와 질병·범죄를 통제한 '스마트 지구'로 나뉜다는 상상을 담은 SF물, '아르곤'은 가짜 뉴스가 범람하는 시대에 진실 보도를 위해 분투하는 언론인들을 그린 작품이다.

방영 기간이 짧아지면 광고나 협찬 유치에 불리할 수 있지만 그만큼 제작비와 제작 기간이 절약되는 장점도 있다. '써클'을 연출한 tvN 민진기 PD는 "SF 드라마 특성상 CG(컴퓨터 그래픽) 작업에 많은 시간이 들어갔다"며 "16부작으로 기획했다면 제작 여건이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가 미국이나 일본을 닮아가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기도 한다. 미국·일본의 인기 드라마 중에는 10회 내외를 하나의 시즌으로 묶은 작품이 많다. 첫 시즌이 흥행에 성공해 팬들이 생기면 다음 시즌부터는 안정적으로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시즌제 드라마의 장점.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 종편 채널까지 드라마를 경쟁적으로 편성하는 상황에서 시즌제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브랜드'를 만드는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