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이용 인구가 1300만명을 넘어서면서 자전거와 자동차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자전거는 전용 도로가 부족해 비좁은 도로에서 자동차와 공존해야 한다. 일부 자전거 운전자는 불법인 줄 알면서도 도로와 인도를 오가며 곡예 운전을 한다. 자전거에 바짝 붙어 위협하는 자동차 운전자도 많다.

◇비좁고 위험한 자전거 도로

자전거 동호 회원 신모(34)씨는 도로 갓길에 1~1.5m 폭으로 구분해 놓은 자전거 전용 차로를 이용하지 않는다. 다른 차선이 비어 있는데도 자전거 옆에 붙어 지나가며 경적을 울리는 버스나 화물차를 여러 번 봤기 때문이다. 신씨는 "교통 법규를 지키지 않는 것은 자전거의 잘못이지만 도로 위 자전거를 못마땅하게 보는 의식도 문제"라고 했다.

자전거 도로에는 4가지가 있다. 자전거 전용도로는 자전거만 다닌다. 분리대나 경계석으로 구분돼 있다.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는 보행자 통행로에 자전거를 그려놓는다. 자전거 전용차로는 자전거만 다니는 차도의 갓길이다. 자전거 그림과 화살표를 그려놓는다. 자전거 우선도로는 차와 자전거가 공유하는 도로다. 자동차 통행이 비교적 드문 차로에 설치한다.

자전거 도로에는 네 가지가 있다. 자전거만 다니는 자전거 전용 도로,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 도로 갓길에 구분해 놓은 자전거 전용 차로, 자전거와 차가 함께 쓰는 자전거 우선 도로다. 전국 자전거 도로 2만1176㎞ 중 자전거 전용 도로는 13.4%(2843㎞)에 불과하다. 77.1%가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다. 자전거 전용 차로는 자동차가 수시로 침범해 사고가 잦다. 보행자와 자전거, 자동차와 자전거가 같은 도로를 점유하기 위해 다퉈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마포대교 북단.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가 다리 끝 지점에서 폭 1m짜리 자전거 전용 차로로 바뀌었다. 자전거는 150m 거리를 도로 가장자리에서 시속 60㎞ 이상 내는 차량과 나란히 달려야 했다. 이곳을 지나는 자전거 대부분은 전용 차로 대신 인도를 택했다. 자전거를 타고 마포대교를 자주 건넌다는 문자연(31)씨는 "자전거 도로 폭이 좁은데 옆에서 차들이 쌩쌩 달리니 빨려들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차에 치이면 크게 다칠 것 같아 자전거길이 아닌 줄 알면서도 인도를 이용한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한남오거리의 버스 전용 차로에서는 자전거 3대가 달리고 있었다. 이들은 정류장에 정차한 버스를 추월하려고 차량 사이에 끼어들어 20~30m를 달렸다. 주위 차들이 자전거를 향해 경적을 울렸다. 자전거 동호 회원 신모(31)씨는 "한남오거리에서 남산으로 향하는 길에는 자전거 도로가 없다"며 "도로법상 갓길로만 달려야 하지만, 주정차 차량과 버스가 막을 때마다 자전거에서 내릴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자전거 도로 두고 구 의회·시민단체 충돌

이처럼 자전거와 자동차가 위험하게 동거하는 데에는 법보다 편리를 선택하는 자전거 운전자의 책임도 있다. 특히 자전거 도로 구분이 없는 산과 공원에서 사고에 아랑곳없이 달리는 자전거에 대한 민원이 늘고 있다. 북악산 능선을 따라 팔각정까지 오르막 경사가 이어져 자전거광들이 자주 찾는 서울 성북구 북악산 길도 그중 하나다. 자전거 도로 구분이 따로 없는 7.15㎞의 왕복 2차선 경사로는 급회전 구간이 많아 사고 위험이 크다.

자동차 운전자들은 서울시에 '자전거 통행을 금지해 달라'고 요구한다. 반면 자전거 운전자들은 '자전거 전용 도로를 만들어 달라'고 민원을 제기했다. 상충하는 민원이 계속되자 서울시는 지난달 자전거 동호회와 지역 경찰서·동사무소 등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자전거는 도로 오른쪽에 붙어 일렬로 주행하고 자동차는 커브 길에서 천천히 안전 주행을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서울시 자전거정책과 관계자는 "북악산 길은 폭이 7m밖에 되지 않아 자전거 도로를 만들기가 어렵다"면서 "서로 양보하면서 통행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전거 도로를 무작정 늘리기도 쉽지 않다. 인근 주민과 상인이 반발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8월 서울시는 종로 8차로를 자동차 4개 차로, 버스 2개 차로, 자전거 2개 차로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튿날 종로구의회는 '종로 자전거 도로 설치 철회 건의안'을 가결했다. 종로 상인들이 교통 체증이 심해진다는 이유로 자전거 도로 증설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자전거 시민단체 회원 400여명은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청 앞에서 시위에 나섰다. 바닥에 자전거 수십 대를 깔고 '종로 자전거 도로 YES!'라고 적힌 깃발을 달았다. 녹색자전거봉사단연합 한만정 대표는 "교통 체계는 보행자와 자전거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관계자는 "일부 논란이 있으나 종로 자전거 전용 차로는 예정대로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연구원은 "자전거 인구가 늘어날수록 자전거와 자동차 운전자의 교통안전 의식이 중요해진다"며 "자전거 운전자는 전용·겸용·우선 도로만 이용하고, 자동차 운전자는 자전거를 도로의 동반자로 인식해야 사고 없이 공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