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는 고액 장기 체납자를 상대하는 38세금징수과(이하 징수과)가 있다. 숫자 '38'은 '모든 국민은 납세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38조에서 따왔다. 징수과는 지난 7월 프로골퍼 유소연씨의 부친이 16년간 체납한 지방세 3억원을 완납하게 해 주목받았다. 징수과에는 체납 징수원 25명이 근무한다. 이 중 6명은 계약직 공무원이다. 세금 추징은 악성 체납자에게 욕설을 듣고 협박을 당하는 등 업무 강도가 세기 때문에 일반 공무원은 꺼린다. 주로 민간의 채권 추심 전문기관에서 일해 본 인력을 계약직으로 채용한다.

◇불공정 처우 항의하니, 朴 시장 "일희일비 말라"

계약직 징수원은 서울시의 '세입징수포상금 지급 조례'의 적용을 받는다. 그런데 이 조례에 시청 건물인 사무실 임차료, 시 공무원인 부서의 팀장 인건비까지 부담을 지게 한 조항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채용된 공무원인데도 자영업자처럼 차와 사무실을 빌리는 값 등을 내고 근무하는 것이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의 한 직원이 고액 체납자의 자택에 보관된 고가의 물품에‘압류’딱지를 붙이고 있다.

계약직 6명은 기본 연봉 1400만원과 징수액의 3~7%를 포상금으로 받는다. 1인당 1년간 기본 공제액은 1억4100만원이다. 여기에는 징수과 팀장 1명의 인건비 1600만원이 포함돼 있다. 사무실 임차료 50만원, 차량 임차료 240만원, 유류비 90만원, 자동차세와 차량보험료 20만원도 시에 내야 한다. 6명의 계약직을 위해 따로 사무실이 마련되거나 차량과 관리 인력이 배치되지는 않는다. 일반 직원과 같은 사무실과 차량을 쓰는데도 계약직의 공제액에는 운영 경비를 포함한 것이다. 개인 징수액이 월 기본 공제액인 1175만원에 못 미치면 다음 달로 이월해 공제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나치게 많은 포상금액이 성과로 지급되는 것을 막고, 일정액을 서울시 재원으로 쓰기 위해 공제 항목을 둔다"며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면 법률자문을 받아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계약직 공무원 채용 공고에는 이러한 내용이 나와 있지 않다. 지방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 임용령에 근거해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한다고만 쓰여 있다. 채용 계약서에는 '서울시 세입징수 포상금 지급 조례에 따라 징수포상금을 지급한다'고 쓰여 있다. 공제액은 명시돼 있지 않다.

10년간 징수과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한 한 조사관은 최근 해당 조례의 불공정성을 호소하는 글을 시의 행정 포털인 '원순씨의 고충상담실'에 올렸다. 고충상담실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무원의 고충을 듣고 직접 답변하는 공간이다. 박 시장은 조사관의 글에 답을 달고 "특례조항에 따라 정규직 공무원에 비해 포상금 지급 비율과 지급 상한을 높여서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서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하지 않습니까. 당장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보다 큰 성과를 올리는 데 애써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조사관은 "조례의 위법성을 파헤쳐 달라고 했더니 '조례대로 하고 있다'는 답을 받고 당황스러웠다"며 "지난 10년간 자부심을 갖고 일해 왔는데 '일희일비하지 마라'는 답에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징수 실적 없어도 포상금

징수원이 걷어온 체납액 중 일부가 현장 징수 업무를 하지 않는 직원의 포상금으로 돌아간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최근 서울시가 이순자(더불어민주당·은평구1) 서울시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실질적인 징수 업무를 하지 않는 행정직·기능직·전산직도 징수원이 받는 포상액 평균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포상금을 나눠 가진다. 이순자 의원은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8세금징수과 관계자는 "과 직원 전체가 체납 세금을 징수하는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포상금을 받는다"고 말했다.